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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풂의 미학, 닭볶음탕

by 숨고 Feb 11. 2025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걸 주고 싶다는 마음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늘 해주는 음식이 있다. 그건 내가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닭볶음탕이다.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나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이들에게는 늘 닭볶음탕을 만들어 주곤 했다. 나만의 고수해 온 방식을 살짝 이야기하자면, 먼저 닭을 손질하는데, 누른 내를 잡기 위해 우유에 담아 두거나 상황이 바쁠 땐 그 과정을 넘기곤 고추장을 물에 풀어 굉장히 묽게 만든다. 간장을 텁텁하지 않을 만큼 조금 두른다. (색감이 헤치지 않을 만큼) 그 뒤에 조리시간과 닭의 크기에 따라 약간의 칼집을 낸다. (시간이 여유 있다면 그냥 졸여서 간을 푹 베이게 한다.) 그런 뒤에 올리고당과 설탕으로 간을 한다. 거기에 후추와 미림을 조금 첨가해서 누른 내를 다시 잡는다. 재료가 있다면 대파나 홍고추 등을 어슷 썰어 추가한다. (이 재료들은 생략이 가능하다) 투박하게 썰어내는 당근과 포실한 감자, 넉넉히 넣어 단맛을 가미해 줄 양파들을 함께 졸여낸다. 보글보글 익어가는 시간에는 중불로 뚜껑을 살짝 어슷하게 덮어준다. 이게 나만이 고수해 온 방식이었다.


정말 별거 없는 레시피인데 그냥 이대로 해도 맛있고, 아이들에게는 옆 불칸에서 간장과 올리고당만으로 졸여낸 게 좋더라. 생각보다 많이들 좋아해 줘서 기쁘게 만드는 밥반찬 중 하나이다. 나는 사실 일주일에도 닭을 4-5번이나 먹을 만큼 닭킬러 닭순이이다. 그래서 정말 '저 이러다가 닭 되겠어요.'라고 말하고 다니곤 한다.



 


좋아하고 오랫동안 먹어와서 잘 아는 맛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또한 내가 잘할 수 있고 가장 익숙한 레시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그건 그만큼 '삶과 사람에게 진심으로 살았다는 뜻'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베풂'이 그러하다. 내가 맛있다고 해서 남들이 다 맛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맛있게 먹어달라 강요할 수 없고,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을 줬고, 상대는 그걸 받았으니 맛있게 먹든, 기쁘지 않아 하든 내 소관을 떠나면 거기서 그뿐이라 생각한다. 나는 나대로 내 마음을 전하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 받든 내가 줄 때에는 최선의 맛을 내고 최고의 재료를 써서 그 사람의 건강과 풍족을 위해 과정에서 땀을 쏟는 것, 그것만이 가장 후회 없는 베풂인 것 같다.


요리와 인간관계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먹으면서 정을 느끼고 나눈다. 거기서 우리는 삶의 미학을 깨닫는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시간 되면 밥 한 끼 하자'는 말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쉬이 이야기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음식의 민족'이라는 뜻이 아닐까? 맛과 함께 건강도 소중한 인연도 잡는 하루가 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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