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밥만 먹고 살았다

by 숨고 Feb 13. 2025

< 이제 막 친해진 남동생과의 이야기 >


남동생이 내겐 하나 있다. 허리를 밟아준다며 올라가서는 두발을 다 디디고 허리가 부러지도록 콩콩 뛰어대는 키 큰 어린이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너무도 어색하고 친하질 않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서로 밥만 먹고살았다. 해맑고 천진난만했던 그 친구의 모습. 그 모습이 어렴풋이 사진에서 나마 기억에 남는다. 그 아이는 누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여동생을 따라서 행동하곤 했다. 자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만큼 어릴 때는 예쁘장하고 깜찍하던 남자아이였다. 얼마나 짓궂던지 매일 어디가 찢어져서 꿰매러 응급실에 가기 일쑤였고, 어디가 다쳐서는 깁스하기 일쑤였다. 그런 남동생이 어느덧 든든한 성인이 되어 뒤에서 츤데레처럼 '누나 이건 이래라, 이것 좀 저래라' 잔소리를 하곤 한다. 자기가 귀찮을 땐 고개를 푹 숙이곤 에어팟을 귀에 꽂은 채 각자 밥 먹고 조용히 일어나자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시크한 녀석. 정말이지 속을 알 수 없고 까칠하기 그지없는데 또 자기가 기분이 좋으면 와서는 이러쿵저러쿵 치대기도 하는 친구이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그냥 마음을 나누고 정을 주고받는 게 그냥 친구이고 사람사이 사는 모습인 것 같다. 가끔은 떠나간 인연이나 우정을 나누고 서로 베풀던 따스했던 기억들을 뒤돌아보게 되고, 어렴풋이 쓰라리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픈 건 아픈 거고, 지나고 보니 그 순간만큼 진심이었다면 그냥 흐르는 대로 두는 게 마음 편하더라. 내 힘으로 되는 게 없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는 게 어쩌면 쉬운 말 같지만 가장 어려운 삶의 태도인 것 같다.


친했다가 다시 멀어졌다가 다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우리. 그냥 그렇게 정을 나누며 가족이든 지인이든 저마다 어우러져 살아가고 싶다. 




응원가


살아가는 시간 속 바쁨이

우리 저마다의 분주함이

그 달음박질이 힘겹더라도


버텨낸다 말하는 마음이

그래도 괜찮다는 입술이

그 애씀이 어색하더라도


지나고 나면 다 흐려진다

흐릿해져 빛으로 곁을 준다

빛이 되어 어둠을 가려준다


그런 아픔

저런 고통


이런 슬픔

저런 상처


다 지나고 나면 

내 삶의 한줄기 빛자욱이다


고생결의 머쓱함이

노고빛의 든든함이

당신을 빛나게 비출 테다

이전 12화 루꼴라 샌드위치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