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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안전석은 어디인가요

by 숨고

좋아하는 책, 끝까지 읽지 못한 나의 책 '데미안'을 뒤척이다가, 문득 궁금한 사색이 떠올라 글을 적는다.


어느 날 엄마를 택시에 모시고 조카의 돌잔치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엄마를 운전석 뒷좌석에 태워드려야 하나. 대각선 뒷좌석에 태워드려야 하나. 아님 기사님과 이야기 나누며 시야를 보장받을 옆좌석에 모셔야 하나 순간 엄청난 고민이 들었다. 엄마는 멀미를 하실 수도 있고, 지루하실 수 있으니 기사님과 시시콜콜한 대화가 가능하고 시야가 보이는 운전석 옆? 아니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뒷좌석 중 먼저 들어가지 않아 무릎이 덜 아플 뒷좌석 중 기사님의 대각선? 그것도 아니면 먼저 들어가시더라도 멀미도 덜하고 안전할 수 있을 기사님 뒷좌석? 아빠의 운전만큼 엄마를 배려할 자리는 없다. 그래서 엄마를 택시에 모시는 일이 참 어렵다.


그나마 본가인 섬에 가서야 아주 느린 속도로나마 운전 가능한 실력의 초보운전자, 장롱면허자인 내가. 어떻게 하면 덜덜 떨지 않고 엄마를 내 차에 모실 수 있을까. 이 나이 먹도록 운전은 나의 크나큰 숙제이다. 아무리 안전띠 생명띠를 한대도 무심코 다가오는 차들에 심장이 먼저 덜컹거리니 나의 편리도 편리지만 점점 대중교통이 힘겨워지시는 엄마를 위해 노약자에 다다른 엄마의 편의를 우선한다면 운전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참 어려운 과제이다.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사람처럼 운전은 내게 쉽게 손내밀기 어려운 미생물체 같다.


그런 의미의 음식이 내겐 뭐가 있을까? 또 호기심이 자극되어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호기심은 가득하지만 쉽게 맛보기 어려웠던, 그러나 생각보다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던 음식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기름기 가득한 곱창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부속물이라는 생각에 선뜻 먹어지질 않더라. 털털하다 스스로 여겼는데 뭔가 어색하고 젓가락질이 느슨해지더라. 근데 처음이 어렵지 맛보고 나니 정말 별거 아니더라. 운전 또한 내게 이런 음식과 같아질까? 그렇다면 용기를 내어볼까? 엄마가 아닌 그냥 미션을 깨는 느낌을 느껴보기 위한 도전으로!

올 해의 가장 큰 미션은 아무래도 '장롱면허 탈출'이 아닐까 싶다. 고마운 음식들. 내게 또 이런 영감을 주다니. 힘을 내어보자 불가능은 없으니 음식 앞이든 지나가는 속도위반 차량 앞이든 이내 침착함을 유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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