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지시나 회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키보드를 크게 두드리고 표정을 굳힌 채 말을 끊는 팀원이 있다. 그는 불만을 직접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동료들은 이유를 짐작하지 못한 채 불편함만 느낀다. 시간이 흐르자 ‘팀과 회사를 깔보는 것 아닐까?’라는 의심까지 생기고, 팀장은 이 태도가 지속되면 협업 분위기가 무너질까 걱정이 커진다.
우선, 표정 대신 언어로 불편을 표현하도록 안내한다. 1 : 1 면담을 통해 “무표정이나 키보드 소리 같은 비언어 신호는 팀에 불안을 주지만, 문제 해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한다. 이어 “회의가 끝난 뒤 10분 동안 둘이 따로 의견을 정리해 공유하자”처럼 안전하고 짧은 발화 창구를 제안한다. 불만을 직접 말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언제·어디서·얼마나’ 말하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그래도 말해 볼까?” 하는 심리적 여유가 생긴다.
두 번째로, 행동과 감정을 분리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건넨다. 수동적 공격성을 지적할 때는 해석이나 감정이 아니라 관찰 가능한 행동과 그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키보드를 세게 치는 순간 팀원 둘이 발표 흐름을 잃었다”처럼 사실·영향·감정을 순서대로 전달한다. 이 방식은 ‘네가 틀렸다’는 비난으로 들리지 않아 방어심을 낮추고, 상대가 행동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든다.
세 번째로, I-Message 화법을 함께 연습한다. “저는 …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대신 … 하면 어떨까요?”라는 2행 구조로 표현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는 일정이 촉박해 부담을 느낍니다. 데드라인을 하루 늦추면 정확도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처럼 말하도록 코칭한다. 이 화법은 감정 토로에 그치지 않고 해결 방향까지 제시하기 때문에, 갈등을 생산적 논의로 끌어올린다. 처음엔 면담 자리에서 함께 문장 틀을 작성해 보는 식으로 연습시키면 효과가 크다.
마지막으로, 협업 규범과 후속 절차를 문서화해 일관성을 유지한다. 회의 발언 순서, 이견 제시 방법, 피드백 루프(예: 주간 1:1 미팅, 월간 회고) 등을 팀 단위로 합의해 팀 위키나 구글 드라이브에 공식 문서로 남긴다. 이후 동일한 수동적 공격 행동이 반복되면 “우리가 함께 만든 규칙 3조 2항을 다시 지켜 달라”는 식으로 차분히 상기시킨다. 규범이 명문화돼 있으면, 팀원도 “그때그때 기분 따라 지적받는다”는 불신을 갖지 않고 책임을 명확히 인식한다. 문서화는 동시에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을 때도 동일한 문화를 빠르게 학습시키는 장치가 된다.
이 네 단계를 꾸준히 적용하면, 팀원은 불만은 말로 꺼내야 해결된다는 경험을 축적하고, 무언의 공격 대신 구체적 제안으로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팀장은 갈등을 조기에 드러내어 해결하는 문화를 만들고, 수동적 공격이 조직의 에너지와 신뢰를 침식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