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현상
잊을만하면 접수되는 신고 중 과학수사 요원을 요청하는 현장이 있다
"자동차 뒷 유리가 깨져있어요"
"CCTV에 물건을 던지는 사람이 안 보이는데 유리가 깨져있어요"
"주행 중 유리가 혼자 깨졌어요, 길에서 물건을 던졌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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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유리부터 약국, 피아노 학원, 부동산 등
유리가 있는 현장이라면 모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좋아하는 현장 중 하나다
"아싸, 자파다, 확인만! 하고 들어 오자"
왜 이렇게 좋아하냐고?
자연파손이 확실한 원인이라면 사진 채증하고 피해자에게 보험사에 전화하라 한다
보험사가 더 잘 안다
범죄로 발생한 게 아닌 자연적인 현상이란 걸, 수사가 필요도 없단 걸, 그저 손해배상 건인 걸
우리에겐 증거물 채집, 피의자 특정 같은 다른 단계가 다 사라지는 범죄 혐의점이 없는 아주 간단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자파현상
즉, 자연파손(Spontaneous breakage) 현상은 무엇일까?
강화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황하니켈)이 유입되어 불안전하게 존재하다 결국 유리 내부에서부터 깨지는 현상이다
아무 이유 없이 유리가 '스스로' 깨진다는 의미다
평상시엔 육안으로 불순물(황하니켈)이 보이지 않지만
자파로 인해 유리가 파손되는 중심엔 '나비문양'과 같은 파손 흔적과 중심부에 불순물(황하니켈)과 팽창된 공기방울이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외력에 의한 유리 파손흔적인 충격점 없이 '나비문양' 파손흔이란 특이점이 관찰된다면 사진만 채증하고 끝낼 수 있는 사건이다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겠지만
뉴스에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유명한 현상 중 하나다
만약 파손된 유리창, 유리 파편을 다 치워 나비문양을 확인할 수 없다면
안타깝지만 모두 수거해 국과수에 성분분석 > 자연파손의 주성분인 불순물(황하니켈) 검출여부를 의뢰해야 한다
(사실 이게 제대로 된 매뉴얼이지만, 이 또한 아는 사람만 의뢰하는 실정이다.
모두가 바쁘고 원인은 확실하니 통상적으로 사진채증만 하고 종결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강화유리는 필름시공과 함께 진행되기에 우리가 나가는 자파현상의 8할은 육안으로 나비문양을 확인할 수 있다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기에
보험사에 "자파예요"하거나, 출동한 보험사 직원이 자체 파손 확인 후 피해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앞으로 유리창이 혼자 깨졌다?
CCTV에도 아무도 없고 깨질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자파를 의심하고 나비문양을 찾아보길 바란다
괜히 '귀신이 그랬다', 'CCTV에 잡히지 않는 속도로 뭐가 왔다 갔다'등 이상한 문의는 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