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삶이 버겁고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책임은 무겁고, 일상은 반복되고, 마음은 점점 지쳐갑니다. 문득, 이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언컨대 인생을 살고 있는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고객이 정한 납기를 지키지 못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실적에 대한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죠. "여기서 벗어나면 좀 나아질까?" 혹은 육아와 집안일 사이에서 나만 홀로 고립된 듯한 기분이 들 때, “잠깐이라도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도망친 그곳엔 천국이 있을까?’ 상상해보지만, 안타깝게도 그곳 역시 새로운 문제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당장의 생계가 걱정되고, 육아에서 벗어나 한숨 돌렸더니 아이 없는 시간이 또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새로운 걱정은 낯설기 때문에 더 커 보이고, 결국 또 다른 도망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자주, 다른 이의 삶이 더 멋져 보인다고 느낍니다. SNS 속 누군가의 여유, 반짝이는 웃음, 부러운 일상들. “저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들도 카메라 바깥에서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단한 하루 끝에 찍은 사진 하나가 그들의 전부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도망친다고 해서 진짜 자유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한 싸움은 바로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아무리 힘겨워 보여도, 결국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출발점은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도망치지 않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용기. 내 위치와 한계를 인정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일.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내 안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방향을 찾게 됩니다. 나에게 맞는 삶의 리듬, 나다운 속도를 이해하게 되죠.
포기와 도망으로는 인간의 절망을 끝낼 수 없습니다. 절망을 끝내는 길은 외면이 아니라 바로 직면입니다. 피하지 않고, 지금을 살아내는 것. 바로 그 안에 우리가 바라던 삶, 우리가 꿈꾸던 ‘천국의 조각’이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