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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고과는 서프라이즈가 없어야 한다

by DJ

피드백은 조직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 향상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들은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혹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면 평가와 같은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피드백의 질과 접근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추었더라도, 그 활용 시점이 잘못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연말 인사 고과 시즌이 되어야 피드백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은 피드백을 주기에는 너무 늦은 타이밍입니다. 연말 평가는 종종 ‘평결’처럼 여겨집니다. 한 해 동안의 행동과 결과를 평가받는 자리이고, 이로 인해 보상, 승진, 직무 이동 등 실질적인 결과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받는 피드백은 건설적인 방향보다는 방어적인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비판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접한 직원은 당황하거나 분노하기도 하고, 심지어 평가자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신뢰와 사기는 쉽게 무너지고, 이직을 고민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리더로서 우리는 이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성장하길 바란다면, 연말 고과에 기습적으로 피드백을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피드백은 ‘시기’가 중요하며, 그것은 반드시 연초부터, 그리고 수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은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을 시도하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피드백에는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연말 평가에서는 ‘서프라이즈’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직원이 처음 듣는 비판이 연말 고과에서 나왔다면, 이미 리더로서의 중요한 책임을 놓친 것입니다. 피드백은 갑작스러운 평결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여야 합니다. 성과가 부족하다는 사실보다는, 그 부족함을 알고도 제때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직원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성과를 평가할 뿐 아니라, 그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점검하고 지도하는 사람입니다. 꾸준히 지도하고, 수시로 방향을 조정해주는 것이야말로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이런 문화를 만들어낸 조직에서는 비록 피드백이 달갑지 않을 수 있어도, 직원들은 그 피드백이 자신을 향한 진심이고 성장을 위한 것임을 믿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은 곧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지속적인 몰입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모든 직원에게 원하는 평가나 승진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직원은 탈락하기도 하고, 실망스러운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입니다. 리더가 얼마나 투명하게, 공정하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그들과 대화해왔는가입니다. 피드백과 코칭이 꾸준히 이루어진 조직에서는, 비록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구성원은 조직과 리더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습니다.


피드백은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그것은 단지 평가의 수단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자는 초대입니다. 피드백을 연말의 행사처럼 여기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구성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다 펼칠 수 있도록, 하루하루 꾸준히 돌아보고, 격려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리더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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