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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피드백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by DJ

회의 시간에 리더가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발언의 70~80%를 리더가 쏟아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때로는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리더는 늘 말하는 사람이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듣는 사람’이기도 해야 합니다.


특히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피드백만큼이나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피드백, 즉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리더는 보통 자신의 말부터 꺼냅니다.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렇게 해주세요.”
이런 말들은 익숙합니다. 하지만 정작 리더가 직원에게 이렇게 묻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어떤 점을 고치면 좋을까요?”


이 단순한 질문은 놀라울 만큼 강력합니다. 동시에, 매우 낯설고 어색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리더가 처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직원은 당황합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표정이 굳기도 합니다. 말을 꺼내기보다는, ‘이걸 어디까지 말해도 괜찮을까?’,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조직에서 리더에게 피드백을 한다는 건 자칫하면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불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침묵을 뚫고 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처음에는 가볍고 일반적인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리더가 계속해서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그제야 솔직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나옵니다. 그 피드백은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지적일 수 있습니다.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단점, 무의식적인 실수, 혹은 불편함을 주는 말투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입니다.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조용히 곱씹어보는 겁니다. 정말 그런 모습이 있었는지,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이었는지를요. 필요하다면 오랫동안 나를 지켜봐 온 가족이나 친구, 동료에게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의외로, 그 피드백은 꽤 정확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집니다.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냥 듣고 넘기는 게 아니라, 말로만 “좋은 피드백이었다”고 하지 말고, 실제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직접 피드백을 준 사람에게도 알려줘야 합니다.

“네가 얘기해준 그 부분, 요즘 신경 쓰고 있어. 네 말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
이 짧은 한마디가 직원에게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큽니다. ‘아, 우리 리더는 진심이구나’ 하는 신뢰가 생기는 순간입니다.


리더가 진심으로 피드백을 환영하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모습을 보이면 조직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직원들은 점점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내고, 리더를 돕고 싶어집니다. 리더가 실수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기 전에 누군가가 먼저 조용히 와서 알려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조직이 위기를 넘기기 전에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 힘, 즉 자정 능력입니다.


이런 피드백 문화는 리더 개인에게도 큰 자산이 됩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화의 속도를 가장 늦게 체감하는 위치가 바로 리더입니다. 반면 직원들은 현장에서 그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느낍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리더는 흐름을 더 빨리 읽고,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결국 이렇게 쌓인 피드백은 조직 전체에 ‘학습하는 문화’를 만듭니다. 직급과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함께 배우고 성장합니다. 관성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함께 고민하는 조직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화를 이끄는 리더는 ‘완벽함’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대신, 겸손하게 배우고 변화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리더 아래에서 조직은 건강해지고,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곳으로 변해갑니다. 결국, 리더가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조직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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