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시간은 단순히 하루를 채우는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방향을 잡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하루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고, 회의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수많은 요청과 미팅이 정신없이 몰려듭니다. 아침에 세운 계획은 흐트러지고, 하루의 끝에서 ‘오늘 나는 무엇을 했나’ 되묻게 되는 날이 반복되곤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는 리더의 문을 두드립니다. 갑작스러운 문제 상황이 생겼고, 당신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리더는 본능적으로 반응합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도와주려 애씁니다. 그 사이 전화가 울리고, 또 다른 부서에서 의견을 묻는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당신이 중심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시간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요청들이 ‘당신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당신이 나서면 일이 빠르게 풀릴 것 같고, 당신의 조언이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기대 앞에서 거절은 쉽지 않습니다. 괜히 냉정한 사람으로 보일까, 혹은 점점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렵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많은 리더는 자신도 모르게 ‘모든 일에 개입하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렇게 응답하고 난 뒤에 남는 것입니다. 언젠가 문득, 자신이 정말 해야 할 일에는 시간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꼭 필요한 과제는 자꾸 밀리고, 전략적 고민은 ‘나중에’로 미뤄집니다. 그렇게 본연의 역할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조직 역시 중심을 잃게 됩니다.
리더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에 시간을 써야 할지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지금 조직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어떤 일은 내가 직접 다뤄야 하고, 어떤 일은 믿고 맡겨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 않는다면, 리더는 하루하루를 분주하게 보내면서도 정작 핵심은 놓치는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리더들이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실제 달력을 들여다보면 회의, 보고, 긴급한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말과 시간 사이의 이 괴리는 리더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줍니다. 결국 조직은 리더가 시간을 쓰는 방식 그대로 따라가게 됩니다.
중요한 건 모든 요청에 응답하는 것보다, 무엇에 응답하지 않을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리더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과감한 거절과 단호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리더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리더는 그것을 더 깊고 전략적으로 써야 합니다. 하루는 짧고,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다면, 리더의 하루는 단순한 일정이 아닌, 조직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강력한 투자로 바뀝니다.
리더의 시간은 곧 조직의 방향성과 성장의 속도, 구성원의 몰입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리더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합니다.
“나는 지금, 정말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