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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by DJ

사람들은 종종 일과 나를 철저히 분리해 생각합니다. 일은 생계를 위한 도구이고, 회사에서의 시간은 소모적인 시간이며, 퇴근 후에야 비로소 ‘나의 진짜 삶’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한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관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제 인생의 대부분이 일터에서 흘러가는데, 그 시간을 무가치하게 보는 것은 결국 내 삶의 절반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인 저의 경우 회사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회의와 의견 교환, 동료들과의 대화, 갈등과 화해, 성공과 실패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그 속에서 배운 기술과 태도, 사고방식은 단순히 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를 만들어가는 재료였습니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 시절의 일은 또 하나의 공부와 같았고, 배우고 흡수하며 성장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일이 요구하는 기준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지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제 밑에 20명의 한국인과 대만인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이끌고,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어느 정도 압박해야 할지, 얼마나 배려해야 할지,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는 것이 맞는지, 같은 방식이 모두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여러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습니다. 어떤 일은 제 부족함 때문에 생겼고, 어떤 일은 제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변수가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행착오가 결국 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 제 실력을 넓혀주었고, 해결하지 못한 경험은 제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일이 잘 풀릴 때에는 제가 인정받았고, 일이 어긋날 때에는 제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은 결국 일과 나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의 결과는 곧 나의 결과였고, 일에서의 태도는 곧 나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와 같았습니다. 일이 흔들리면 내가 흔들렸고, 내가 단단해지면 일이 단단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회사라면, 그 시간을 무가치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결국 내 삶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며,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더 넓고 깊게 확장시켜 줍니다.


일을 사랑하려는 마음은 단순한 성실함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인생을 사랑하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일 속에서 성장하고, 책임을 주고받으며, 나의 한계를 넓혀가는 과정은 결국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습니다. “일을 사랑하는 만큼, 나는 나 자신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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