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면서 좀처럼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어느 정도를 이루고 나면 그 순간의 안도감은 잠시뿐이고, 이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됩니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으며,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듭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은 언제나 눈에 띄고, 그들의 성취 앞에서 부러움과 열등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세상 탓을 하고, 환경 탓을 하며, 왜 나만 이만큼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를 괴롭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의 흐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인생을 바라보면, 인간의 삶은 결국 하나의 분명한 종착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종착지는 다름 아닌 죽음입니다. 누구도 이 결말을 피할 수 없으며, 부와 명예, 지위와 성취 또한 그 앞에서는 모두 같은 의미로 수렴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쩌면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남을 조금이라도 이기기 위해, 때로는 상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아등바등 애쓰고 있지만, 그 치열함의 끝에 도달하는 곳은 결국 동일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사람은 끝없는 미래 속에 스스로를 가두게 됩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1년 뒤면 괜찮아질 거야’, ‘10년 뒤에는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라고 말하며 현재의 불행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지금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1년 뒤, 10년 뒤에 갑자기 행복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행복은 어느 날 외부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현재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의 방향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불행을 참고 견디기만 한다고 해서 미래의 행복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욕심 때문에 현재를 포기하는 선택은 매우 위험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을 희생하겠다는 생각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의 삶이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마모된다면 남는 것은 피로와 공허뿐입니다. 현재를 버린 채 달려간 미래는, 막상 도달했을 때 또 다른 욕심과 또 다른 불만을 낳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사람은 끝없이 ‘다음’을 바라보며 지금을 잃어버립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단순합니다. 우리는 언제 행복해질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 행복할 수 있는가입니다. 인생은 길게 보면 한순간의 연속이며, 그 순간은 언제나 ‘지금’이라는 형태로만 존재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살아 숨 쉬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입니다. 그렇다면 행복 역시 지금 이 순간 안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도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지금 행복하면 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남보다 앞서 있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이 평온하고 삶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욕심을 완전히 버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욕심이 현재의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아니면 욕심에 끌려가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시 먹어야 합니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이미 가진 것에 시선을 돌리며,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안정과 일상의 평범함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삶의 방향을 미래의 보상에서 현재의 충실함으로 옮길 때, 비로소 인생은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그렇게 지금을 살아낼 수 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미래 역시 더 탄탄해집니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행복의 자리는 언제나 지금이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은 한결 단순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