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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먼저 도착하기

by DJ

우리는 매일 정해진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나 직장, 친구와의 약속, 중요한 회의, 혹은 단순한 일상적인 일정까지, 시간을 맞춰 움직이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덕목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같은 하루 24시간을 살아가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항상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늘 허둥대며 늦기 일쑤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약속을 잘 지킨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들은 단순히 ‘성실해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10분 먼저 도착하는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고려해 미리 준비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제프 콘테(Jeff Conte)는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들과 늘 늦는 사람들의 차이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시계를 보지 않고 속으로 1분을 센 후, 1분이 됐다고 생각되면 말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확하게 1분을 맞힌 반면, 늘 늦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80초가 지나서야 1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시간 감각 자체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늘 늦는 사람들은 실제보다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고 느끼고, 시간을 지키는 사람들은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차이는 결국 생활 속에서 습관과 태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시간을 철저하게 지킨 대표적인 인물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분명 시간 감각이 정확한 사람이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갔고, 그의 산책 시간은 도시 사람들에게 일종의 시계 역할을 했다고 한다. 칸트가 거리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아, 이제 정오가 되었군" 하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 그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다. 칸트의 이런 습관은 단순한 강박이 아니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정신적인 안정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하루를 철저하게 계획하고, 연구와 집필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소한 일정까지도 엄격하게 지켰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들은 단순히 시계를 자주 보는 것만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고려한다. 교통 체증, 대중교통의 지연, 길을 헤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 ‘예상보다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는 가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10분 정도 일찍 도착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다. 이러한 습관이 주는 가장 큰 이점은 ‘여유’다. 늘 허둥지둥 도착하는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급한 마음에 실수를 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나 약속을 시작하게 된다. 반면, 10분 먼저 도착하는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고,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다면 자료를 한 번 더 정리할 시간이 생기고, 면접을 보러 갔다면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생긴다.


또한, 일찍 도착하는 습관은 신뢰와 존중의 표시이기도 하다. 우리가 누군가와 약속을 잡았을 때, 상대방이 나보다 먼저 와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보통 ‘이 사람이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반면, 상대가 늦게 온다면 약속을 가볍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을 만나러 가거나, 중요한 미팅을 할 때 10분 먼저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고,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비행관제사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회의 시간보다 10분 빨리 오지 않으면 늦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시간 관리 철칙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직업에서 비롯된 원칙이다. 비행기의 이착륙을 관리하는 일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으며, 작은 지연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항상 시간을 미리 확보하고, 변수를 고려하며, 계획보다 일찍 움직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원칙을 우리의 일상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중요한 미팅이든, 친구와의 약속이든, 시험 시간이든, ‘정확히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10분 먼저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우리의 하루는 훨씬 더 여유롭고 체계적으로 바뀔 것이다.


‘10분 먼저 도착하는 습관’은 단순히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늘 준비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미리 감안할 수 있으며,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약속 시간이 있다면 단순히 ‘늦지 않기’보다 ‘10분 먼저 도착하기’를 목표로 해보자. 철학자 칸트가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생산적인 삶을 살았듯이, 그리고 비행관제사들이 생명을 다루는 엄격한 원칙을 지키듯이, 우리도 작은 습관 하나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그 작은 변화가 하루를 바꾸고, 결국 우리의 인생까지 바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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