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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세 관찰기 > 새로운 반, 대혼란의 시기

by 이가힌 Mar 06. 2025

* 이 글은 내가 근무한 어린이집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한 내용과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이다.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기다.


우리 원 만 0세 반과 만 1세 반은 모두 신입원아들을 받았다. 작년에 0세 반이 없었기 때문에 올해 1세 반은 신입을 받았고 이번에 새롭게 생긴 0세 반 역시 당연히 모두 신입원아들이다. 어린이집 신입원아들은 3월 적응기간 동안 부모님 혹은 주양육자와 등원하여 어린이집으로 함께 들어온다. 그런데 0세 반과 1세 반 아이들이 모두 어른의 손을 잡고 등원을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서러움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다. 작년부터 다녀서 만 2세 반, 우리 나이로 네 살 반으로 올라간 친구들 중에 반은 이미 1년을 우리 원에 다녔고 형님반으로 올라갔다고 해서 양육자가 함께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여기서부터 불가피한 대혼란은 시작된다.


3월 입소 첫날부터 나는 만 2세 반을 잠깐씩 지원했다. 만 2세 반은 기존에 있던 원아들과 신입원아들이 섞여있다. 그래서 신입인 원아들이 양육자 손을 잡고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기존 원아들의 눈물 바람이 시작된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진 아이들은 선생님도 친구도 다 필요 없고 엄마를 찾는다. 물론 모든 아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친구의 엄마가 교실에 있든 말든 평소처럼 잘 노는 아이도 분명 있다. 하지만 많은 기존 원아들은 새로운 반에 적응해야 할 상황에 놓였고 다른 친구의 엄마를 보며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만 3세만 되어도 이런 상황들을 조금 더 큰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만 2세의 3월은 그 과도기에 있다. 3월에는 아이의 마음을 잘 살펴보자. 담임선생님과도 학기 초에는 충분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간식으로 나오는 죽을 매일 두 그릇씩 먹던 아이가 새로운 반에서 요즘 간식 시간에 매일 울면서 작년 선생님과 엄마를 번갈아 부른다. 나는 담임교사는 아니었지만 작년에 그 아이의 반에 보육 지원을 매일 들어갔던 터라 요즘 그 아이의 옆에서 간식을 먹여주고 조용히 빠져나온다. 내가 너무 오래 머무르면 혹시 새로운 선생님과의 적응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다.


이 글 역시 양육자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성장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래도 그 속에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시간이 지나 양육자의 품에 다시 안기면서 그렇게 마음이 한 뼘씩 자란다.


다만, 아이와 모든 것을 나누자. 저번 글에서도 적었지만 3월은 힘들 수도, 어려울 수도,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 주자. 다른 친구의 엄마는 왜 교실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 엄마가 왜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키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자. 아이의 일과가 어땠는지 꼭 물어봐주자.


요즘 감사하게도 교실에 오시는 어머님들께서 기존 원아들에게도 신경을 써주시며 도와주신다.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다 같다.


3월, 아직 어린 원아들에게 비록 대혼란의 시기이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꽃피울 것을 확신하기에 짠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본다. 다시 다가갈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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