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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셋째날,
현실을 바꾸는 강력한 힘

내가 가진 신념이 곧 뇌의 신호이며, 이 신호가 현실을 바꾸는 강력한 힘

by 마부자

금주 62일째, 짧은 휴식을 마치고, 익숙한 공간에서 눈을 떴다. 창밖으로 희미한 빗소리가 들렸다. 어제부터 내린 비는 아직도 쉬지 않고 거리를 적시고 있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베란다로 향했다.


창문을 살짝 열자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다. 손을 내밀어 봄비를 잠시 느껴보았다. 차가우면서도 기분 좋은 감촉. 마치 이른 아침의 고요 속에서 나에게만 허락된 작은 의식 같았다. 그렇게 몇 초간 서 있다가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익숙한 루틴대로 자리를 잡고 명상을 시작했다.


짧은 이틀이었지만, 90일간 변함없이 이어온 계획이 흐트러졌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마치 해야 할 숙제를 미뤄둔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았다. 기상, 일기, 명상, 그리고 금주는 지켰지만, 독서와 운동은 그대로 놓쳐버렸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긴 기분이었다. 물론 단 이틀의 공백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건 아니겠지만, 균형이 살짝 어긋난 느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쳤다.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듯 한 줄 한 줄 문장을 따라갔다. 다시 처음처럼, 다시 내 자리에서.


조 디스펜자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는 총 12장으로 구성된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운동을 하면서 보던 영상에서 저자의 말이 강하게 와닿았고, 마치 운명처럼 이끌리듯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날 본 영상에서 저자는 한 편의 시처럼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어조로 말했다.

"뇌를 바꾼다는 건, 미래를 바꾼다는 걸 의미한다. 용기를 내기 바란다."
조 디스펜자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 말이 내 안에서 울림을 일으켰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반복되는 말, "생각을 바꿔야 한다." 라는 문장이 이제는 마치 진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인간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근원, '뇌'라는 영역은 내게 아직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그날의 영상은 마치 그 문을 열어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뇌를 바꿀 수 있다면, 정말 내 미래도 바뀔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조 디스펜자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는 블로그 "마부자의 책방"에 101번째로 기록될 책이다.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뭔가 운명적인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내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타이밍. 그래서 더욱 흐뭇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토요일부터 읽기 시작해 오늘 오전까지 8장을 읽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 책은 쉽게 삼켜질 내용이 아니었다. ‘뇌’ 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성급하게 넘기지 않기로 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나가기로.


일단,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본다.


1~2장은 왜 생각을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우리가 뇌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사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뇌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사고의 방식을 바꾸었고, 그 결과 현실까지 변화시킬 수 있었다. 결국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는 원리. 익숙한 개념이지만, 이 책은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나간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제 남은 건 내가 이 원리를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 것인가. 그게 이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3장은 나에게 있어 꽤 긴 시간이 필요한 챕터였다.

뇌의 구조, 명칭, 위치를 설명하는 부분은 거의 뇌 의학에 가까웠다. 단순히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정말 '뇌'에 대한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다.


내 머릿속의 뇌가 어떤 신호를 보내서 컴퓨터 자판을 치게 만드는지, 말로만 듣던 뉴런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전두엽 뒤에 위치한 것이 후두엽이 아니라 두정엽이라는 사실까지.


이전까지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던 것들이었다.


특히, 인간의 뇌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다가 단순히 크기만 변한 것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던 내게,

약 3~5억 년에 걸친 세 번의 진화를 거쳐 지금의 뇌로 변형되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처음 인류의 뇌는 아주 작은 뇌간과 소뇌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였다. 이후 진화를 거치며 ‘중뇌’라는 겉 피질이 형성되었고, 결국 인간은 더 높은 사고를 위해 뇌의 크기를 키워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있었다. 자궁 내에서 뇌의 크기가 계속 커지면 출생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

그 결과, 인류는 제한된 머리 크기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약 300만 년 전, 지금 우리가 가진 최종 형태의 뇌, 주름이 완성된 대뇌피질이 탄생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인간의 진화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수억 년에 걸친 생존의 과정이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뇌’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제대로 사용하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인체의 신비를 탐구하는 듯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4~5장은 본격적으로 뇌의 역할과 기능을 공부하는 과정이었다. 뇌 속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물질들이 우리의 행동과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와 사례들을 함께 제시한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이 담당하는 역할, 호르몬과 감정의 관계, 특정한 사고 패턴이 뇌 속에서 어떻게 물리적으로 변화하는지를 읽다 보니,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내 삶과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라’ 라는 조언이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이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그 생각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6~8장. 이 부분에서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한계를 넘어 진화해왔는지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뇌의 변화는 나이와 관계없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의 신경 가소성, 즉 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자기 변화'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뇌를 단련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며, 사고방식을 훈련하고,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자극을 통해 뇌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아직 책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3월의 시작과 함께 101번째 책으로 선택한 것이 후회 없는 결정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동안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변한다’는 말을 믿어왔다. 하지만 아주 가끔, 그 믿음이 과연 근거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도 있었다. 혹시 단순한 자기최면은 아닐까? 혹은 막연한 긍정론에 불과한 건 아닐까?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한 권의 책이 그 믿음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었다.


내가 가진 신념이 곧 뇌의 신호이며,
이 신호가 현실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것.
마부자의 생각^^

이 단순하지만 확고한 진실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이 깨달음을 내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은 진짜 이유일 테니까.


잠시 책을 내려놓고, 3일간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긴 공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몸이 예전처럼 따라줄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주말 동안의 짧은 휴식에도 불구하고 몸은 여전히 루틴을 기억하고 있었다.


큰 무리 없이 강도를 높여 나갔고, 예상보다 더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몸은 이렇게나 충실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종종 내 루틴을 의심하곤 한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오늘 운동할 때는 책 소개 영상이 아니라, 마인드에 대한 내용을 읽어주는 영상을 선택했다. 몸을 움직이며 듣는 말들은 유독 깊이 스며드는 것 같다. 영상 속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조용히 적어본다.


“간절히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려면,
일단 간절히 원하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뇌는 발달하며,
우리 뇌는 육체적 노력과 정신적 노력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생각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

하와이 대저택


신기하게도, 오늘 처음 보는 영상이었는데도 뇌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제목을 보고 무심코 클릭했던 영상이, 결국 내가 요즘 가장 깊이 탐구하고 있는 뇌에 대한 이야기라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한 순간이었다. 문득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어쩌면 내 뇌가, 내 관심을 감지하고, 내 시선을 그 영상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내 눈이 보고, 내 손가락이 화면을 눌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내 뇌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인도한 것일까?


그 신비로운 흐름 속에서, 나는 다시금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믿음을 더 단단히 해본다.

강도 높은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소파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몸은 개운했지만, 뭔가 아직 하루가 덜 마무리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 막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이 개학이라며 자진해서 책상을 정리하겠다고 나섰다. 책장 위의 묵은 교과서와 문제집들을 커다란 박스 두 개에 가득 채우고, 깔끔해진 책상을 자랑스럽게 내게 보여주었다.


"내일부턴 진짜 열심히 해볼 거야." 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응원의 한마디를 건넸다. 하지만 세 번째로 맞이하는 고3 수험생이다 보니, 솔직히 예전처럼 긴장되지는 않았다. (물론 막내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긴장할 정도의 학업 능력은 아니다. 그 점도 한몫한다.)


인서울이 아니더라도 목표한 대학이 정해져 있고, 남은 건 그 길을 차근히 걸어가는 일.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해줘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잡았다.

책상 위의 정리된 책들, 새롭게 배치된 필기구들, 그리고 막내의 다부진 눈빛. 어쩌면 나보다 더 긴장해야 할 사람은 막내가 아니라, 부모인 나일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우리 집의 또 한 번의 입시가 시작된다.


내일부터 전국의 학교가 개학을 하고, 2025년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매년 찾아오는 개학이지만, 올해는 유독 이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온다. 마치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처럼 느껴진다.


한동안 익숙했던 겨울도 이제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2024년의 겨울이 가고, 2025년 사계절의 첫 장인 ‘봄’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알리는 듯, 창밖엔 봄비가 내리고 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이 시기에, 나도 내 안의 낡은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계절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책상을 정리하는 막내처럼, 내 머릿속과 마음속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새로운 시간은 늘, 준비된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선물해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우리 사회가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몇몇 커다란 사건들이 국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고, 분열과 갈등이 깊어진 사회의 단면을 매일같이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이면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 배움의 길을 다시 걸어간다.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갈 시간.


우리가 기성세대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는 단일한 힘을 보여주는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국주의를 내세우며 힘을 과시하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 용기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역사가 미래세대에게 부끄러운 유산이 되지는 않을까.

순간 깊은 반성이 밀려온다.


아이들은 오늘도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어른들은 어떤 세상을 남겨주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숙연해진다.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당분간 없을 마지막 연휴, 아내와 나, 그리고 막내는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냈다. 특별한 일정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보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휴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난 후, 아내는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업무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보직이 바뀌면서 맡게 될 일들을 미리 살펴보고, 적응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은 언제나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가져오는 과정일 것이다.


막내는 오늘까지만큼은 충분히 즐기겠다는 태도였다. 비 내리는 저녁,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을 했다. 개학 전 마지막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이제는 오늘 스스로 책상을 정리하며 준비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믿음의 웃음으로 답을 해주었다.


나는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고, 잠시 쉬었던 뇌를 다시 단련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고, 배운 것을 곱씹고,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를 고민하는 시간.


이렇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연휴를 마무리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향하는 방향은 같다.


내일을 준비하는 것. 새로운 역할, 새로운 학기, 새로운 마음가짐.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내일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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