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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 가장 가까운 것들이
가장 알기 어려운 법

‘생각’이라는 과정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내 인체가 보내는 신호

by 마부자

금주 63일째, 봄비라고 하기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아침이었다. 창밖을 보니 빗줄기가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늘게 들려오는 빗소리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배경음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명상에 들어갔다.


유난히 맑은 공기 덕분일까. 생각보다 기온이 낮지 않아 베란다에 자리를 잡았다.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촉촉한 공기가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다.


빗소리를 온전히 귀에 담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정리한 후 책상 앞에 앉아 하루를 시작했다.


방학 동안 늦잠을 즐기던 막내도 오늘부터는 정상 등교. 아직 몸이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듯, 7시부터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원래의 아침 일정에 달라진 것은 단 하나, 막내의 등교 준비가 추가된 것뿐인데, 그 작은 변화가 아침 공기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녀석 덕분에 나도 덩달아 바쁜 아침을 보냈다.


분주했던 아침을 정리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친다. 어젯밤 충분한 숙면으로 뇌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이 공간에 지식을 채울 시간이다. 적당히 맑고 가뿐한 정신으로 책장을 넘긴다. 조용한 집중 속에서, 내 안에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된다.

어제에 이어 펼친 아홉 번째 장. 이번 장은 인간의 뇌가 변화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뇌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채 끊임없이 진화해 왔지만, 동시에 기존의 유전자를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다.


변화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버리려 하면, 뇌가 이를 완전히 인식하기 전까지는 이전의 습성을 계속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려 할 때, 불쑥 피어오르는 ‘내일병’이나 ‘정시병’ 같은 것들. 이것이 단순히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명령을 받은 세포들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일종의 반응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학술적으로는 ‘항상성’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의 뇌와 몸이 기존에 익숙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결국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내가 나약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뇌와 몸이 본능적으로 저항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새로운 감정과 행동을 선택하고 반복한다면, 결국에는 항상성을 극복하고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책장을 덮으며 문득 한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뇌."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녀석, 나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손바닥 안에 있는 듯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한없이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그러고 보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이 때로는 가장 알기 어려운 법인지도 모른다.(뇌 뿐만 아니라 삶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10~12장에서 뇌를 단련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뇌의 CEO라 불리는 전두엽의 역할과 활용법, 편도체와 시냅스, 그리고 기억을 통해 뇌를 활성화하는 법까지.

여기에 더해, 단순한 반복 학습이 아닌 심적 시연, 즉 생각을 통해 뇌를 단련하는 방법까지 다룬다.


처음에는 낯선 용어들에 살짝 겁을 먹었지만, 1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온 덕분일까. 이제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퍼즐 조각이 하나둘 맞춰지듯, 앞에서 읽었던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이해가 깊어지는 기분이다.


뇌를 단련하는 과정도 결국 몸을 단련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작은 반복과 꾸준한 훈련이 쌓이면, 언젠가는 무의식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날이 오겠지. 문득,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나에게는 ‘뇌 단련’의 첫걸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인간의 뇌가 단련을 통해 변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하는 삶을 창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며 마무리된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학습을 통해 변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습관과 태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현기억’과 ‘내현기억’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외현기억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기억, 즉 학습한 정보나 특정한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내현기억은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작용하는 기억으로, 반복적으로 경험한 감정이나 행동 패턴이 몸에 배어 무의식적으로 실행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학습한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고, 이를 반복하여 내현기억으로 정착시키면 변화가 지속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암묵적인 습관 만들기, 태도의 조정, 의식적인 통제 등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제안하며, 배우고 익힌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덮으며 다시금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단순히 기억을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기적인 존재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는 지속적인 실천과 훈련이다.


결국, 변화는 가능하다.

우리의 뇌는, 그리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사실이 새삼 벅차게 다가온다.


최근 독서를 시작하며 가장 오랜 시간 읽었던 책으로 남을 한 권.

무려 500페이지의 두께, 그리고 연휴 동안의 인천 나들이가 겹치면서 ‘이틀에 한 권’이라는 목표는 잠시 미뤄졌지만 괜찮다. 애초에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올해 200권을 읽는 것이라는 더 큰 목표다.


과정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때로는 원래의 목표를 잊고 좌절과 실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많은 책을 통해 배웠다. 그렇기에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조급해지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끝까지 가는 것이니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 손을 살짝 얹은 채 생각에 잠겼다. 이 책은 ‘느꼈다’기보다는 ‘이해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면 뇌가 우리의 세포를 활성화해 결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각’이라는 과정을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내 인체가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피곤하면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과한 운동을 하면 통증이 생기듯, 우리 몸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면 책을 읽으려 할 때, 운동을 하려 할 때,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망설임과 저항감도 결국은 내 뇌에서 보내는 하나의 신호일 것이다.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내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책을 덮으며,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 것만 같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이었다.


뇌에 능력을 향상시켰으니 이제 육체를 향상시킬 시간이다. 페달을 밟아 나갔다.


오늘의 영상은 스탠퍼드 대학교 행동 설계연구소장 BJ 포그의 <습관의 디테일>이란 책 이었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루의 작은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명확한 공식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 공식은 바로 “포그 행동 모형”.

B(Behavior) = M(Motivation) + A(Ability) + P(Prompt)


즉, 행동은 동기, 능력, 그리고 자극이 동시에 작용할 때 비로소 유발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론이었다.


포그 행동 모형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동기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나 욕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동기가 강할수록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기가 아무리 높더라도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실행에 옮길 수 없다. 포그는 행동을 쉽게 만들수록 실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자극은 특정 행동을 촉진하는 외부 또는 내부 자극을 의미한다. 아무리 동기와 능력이 높더라도 자극이 없으면 행동이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BJ 포그의 행동모형은 "사람들은 동기가 높아야 행동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행동을 쉽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부터 던지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영상을 보는 동안 강도와 시간을 높인 운동을 했는데,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1시간 20분이 지나갔다. 운동을 마치자마자 바로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 영상은 총 2시간 17분 길이로, 3부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이번 주 동안 고민할 필요 없이, 나의 행동을 이끌어줄 자극을 이 영상에서 받기로 결정했다.


오전 6시부터 쉼 없이 달려온 뇌를 위해 잠시 휴식을 주었다.

마침 화요일은 저녁 준비가 필요 없는 날.

그칠 줄 모르는 봄비가 저녁까지도 거센 빗줄기를 뿌렸다.


이런 날엔 조용히 책을 읽거나 집에서 머무는 것도 좋겠지만, 아내와 나는 볼링장으로 향했다.

비 오는 날의 볼링장 내부는, 뭐랄까.

습기가 가득 차서 그런지 어딘가 눅눅하고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밝은 분위기보다는 약간 우울한 기운마저 감도는 공간.

하지만 아내와 회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볼링을 마치고 나서도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아 멀리 가지 않고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 아내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만약 컨디션이 난조였다면, 분명 차에서 투정을 늘어놓았을 텐데.

오늘은 스스로의 플레이에 만족했는지, 기분 좋게 게임 리뷰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편, 막내는 오늘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했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는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달 동안 푹 쉬다가 다시 학교에 나가니, 고3이라는 무게를 실감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작전일 수도 있겠지.


어쨌든 오늘만큼은 푹 쉬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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