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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Good-Bye.

by 진아름

오늘은

'체력'의 관점에서 운동을 건너뛰었다.

(이 무슨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인가)


아침에 친한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한 직장에서 14년 차 커리어를 가진 친구는 부업으로 작은 카페도 운영한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흔히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라고 표현할만한 사회적 위치를 가진 사람이다.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녀는 지금 남편과 진지하게 이혼 이야기가 오가며 가정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평일에는 회사에, 주말에는 운영하는 카페에

모든 체력을 쥐어짜 내어가며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로서

남편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친구를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얘기하면서

웃고 울다가

(이때는 웃는 게 먼저다.)

저녁 8시쯤 아직 사람이 없는 노래방에서 두 시간 정도 함께 막춤을 추며 노래하는 것이다.

10시쯤 한적한 무인 카페에 들어가서 한 시간 정도 얘기하며 울고 웃다가

(이때는 우는 게 먼저다.)

11시가 되면 얼굴에 웃음을 남긴 채 벌떡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할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응원과 애정이 담긴 코끝 찡한 문자메시지를 누면서.


나이가 먹을수록 자신의 감정을 온전하게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더 많이 조심하고 불필요한 말을 아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 단련이 될수록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도 친밀한 관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다.


말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듣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그 이유도 다양해진다.


지금 당신이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온전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거나, 들어줄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확실하다.




오전에 집안일을 모두 마치고 들을 채비를 한다.

에너지 비축을 위해 운동을 건너뛰었고,

아이들의 간식은 배달음식으로 대체한다.

술 깬다고 몇 시간이고 걸을지도 모르니 편한 운동화를 신는다.

울다 웃을 예정이니까 화장은 생략한다.

그래도 기분은 내야 하니까 립스틱은 필수다.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 11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는 웃으며 good-bye.




(연재글에서 누락된 관계로 다시 올립니다.

이전 글에 좋아요와 댓글 남겨주신 독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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