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두 명의 지인이 결혼을 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반가운 이들과 소식을 전하고 정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반가움이 활기가 되었는지 이번 봄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면 다정한 덕담을 나눈다. 이때 빠지지 않는 말은,
"이야~ 너 하나도 안 늙었다. 어쩜 예전 그대로야~~"
대한민국에 온통 피터팬만 사는 것은 아닐 텐데,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도통 늙지를 않는다.
아마도 추억의 힘이 우리의 청춘시절로 모든 감각을 이동시킨 탓일 테지.
10여 년 만에 만난 지인이 나에게 하는 말.
"아름아~~ 남편이 너에게 아주 잘하는 모양이다~~ 삶에 찌든 그늘이 하나도 없네~~"
으잉?! 왜 여기에 있지도 않은 우리 남편 칭찬. 눈앞의 내가 나에게 행한 노력을 칭찬하란 말이야!!!
다이어트가 너무 힘들어서 살을 찌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9년 전부터 일주일에 3회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은 12~16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하루에 한 끼는 샐러드 위주로 식사하고
설탕이 들어간 간식도 되도록 적게 먹는다.
피부과에 다니거나 값비싼 화장품을 얼굴에 바를 형편은 안 돼서 겨울에는 가습기를 끌어안다시피 하고 산다.
미용실은..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인데, 덕분에 머릿결 상할 일은 없다.
어느새 엄마보다 훌쩍 키가 커버린 큰 딸이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해마다 작아진 옷을 물려주어서 어쩌다 보니 옷 스타일이 어려지긴 했다. 큰 아이에게 160 사이즈의 아동복도 물려받아 잘 입고 다닌다.
집안 청소할 때는 3M 장갑을 착용한다.
취미는.. 흔하디 흔한 독서? 음악감상?
막상 어떤 식으로 나를 잘 데리고 살고 있는지 딱 꼬집어 말하라고 하면
너무나 사소해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해가 될 만한 것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반의 3년 정도는 절제와 자제력이라는 연료가 계속적으로 필요했고,
5년쯤 지났을 때는 지속하는 나 자신이 대견했다.
지금은 내 방식의 삶이 자연스러워져서 어떠한 힘도 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절약된 에너지는 하루 중 일부를 '잉여'의 시간으로 만들었고,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자유'는 온전히 내 것이다. 소박하게나마 시간을 정해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잉여로움에서 오는 자유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몇 주 뒤
어렸을 때 뵙고 중년 아줌마가 돼서 다시 뵙는
엄마의 사촌오빠께서 대견하다는 듯이(누가?) 말씀하신다.
"아이고 남편이 아주 잘하는가 보구나! 보기 좋다"
이하는 묵음이다.
"외당숙 어르신, 제가요. 공복이랑 운동이랑 식단이랑 가습기랑... 9년..... 아이고 내 팔자야.. "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12)
이러나저러나 남편과 나는 운명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