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화석 같은 찰나에 내린 정확한 판단
맑은 정신에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6년 여름
고속도로에서 110킬로 시속으로
달리고 있는데
200~300미터 앞에서 4톤 넘는
고속도로 정비차량이
갓길에서 웬일인지 방향을 틀면서
차를 좌후진해 들어왔다.
고속도로 정비 차량이라면
교육받은 인원 들이었을 텐데.
전날에 마신 술이 깨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사람은 하루에 몇 초씩
정신이 빠져나간단다는 속설이 맞는 것인지
그런 황당한 일이
불과 2초 사이에 내 눈앞에 벌여지고
있었다.
두 번째 차도에서 달리고 있었고
1~2초 사이에 정면 충돌하여 큰 참극이
벌어질 수 있는 순간이고
전날에 대학동창들과 모임을 가져 술을
적지 않게 마신 후였다.
조수석에는 대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가
앉아있고
뒤좌석에는 여자 후배 세 명이 앉아 있었다.
제일 어린 후배 한 명은 눈을 감고
졸고 있고
내 친구와 나머지 두 명은
너무 놀라 소리도 못 지르고 어어어 하는
소리만 냈다.
급 브레이크 밟아도 영낙없이 충돌할 것이고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큰 사고를 당하고
다섯 명 모두 크게 다칠 수가 있었다.
그 전광화석 같은 찰나에
난 엑셀을 확 밟아 속도를 확 높이고
차량을 좌측으로 조금 방향을 틀며
그 정비차량을 거의 스치다시피
확 뚫고 나갔다.
옆에 앉은 친구는 혼이 절반 나간 상태로
한참 아무 말이 없다가.
죽다 살았다 했던 것 같다.
난 이상하리 만큼 평온했다.
전날 마신 술 덕분인지 크게 놀래지도 않았다.
다만 큰일 날 뻔했구나 하고.
속으로 놀랐을 뿐이다.
그 후로는 고속도로 운전 시에는
앞뒤 차량 거리를 웬만하면 500미터 이상씩 두고 있고
큰 트럭 뒤는 절대 따라다니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졸리면 휴게소에서
눈을 붙이고 떠난다.
가장 좌측에서만 달린다.
요즘 자율주행 차량이 부쩍
사고 싶어 지는 이유이기도
나이를 먹으면서 저도 몰래
졸음 운전 하게 될까 봐
그럴 땐 자율 운전 차량이
목숨을 건져 줄 것 같으니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으니까.
그날 그 판단 선택이
여직까지 내린 판단 중에 재일
정확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