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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팝송에 빠지다

내 영혼의 안식처

by 아마추어

어린 시절 나는 막내형과 같은 방을 썼었다.

막내 형은 항상 잘 때마다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음악을 들으며 잠에 들었는데 같이 자다 보니 나도 모르게 형이 듣던 음악에 빠져 들었다.


그 음악들은 바로 올드 팝송과 일부 샹송들이었다.


영어를 하나도 못하던 나로서는 가사는 알 턱이 없었지만 단순하면서도 가끔 심금을 울리기도 하는 올드팝송과 샹송의 낭만적인 멜로디는 나로 하여금 편안한 잠에 들 수 있게 하였다.


주로 6-70년대 진짜 올드한 팝송부터 80년대까지의 대부분 내가 살아 보지도 않았거나 기억나지도 않던 시절이지만 그런 시대의 향기가 풀풀 풍기는 음률이 너무 좋았고 그렇게 점점 나는 올드 팝송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가 중학생이 될 무렵 막내형은 군대에 입대했다.

나는 형이 남겨두고 간 수많은 팝송 카세트테이프들과 형이 쓰던 라디오를 들으며 형이 없는 방에 홀로 팝송을 들으며 매일 밤을 즐겼다.


그리고 형이 남겨두고 간 팝송 가사집을 통해 콩글리시로 노래 가사를 외워 따라 부르기도 했다.

오죽하면 밤에 잠자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팝송 가사집 -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바이러스의 디지탈 이야기...'


영어 발음을 한글로 써 놓은 가사를 보며 정말 많은 올드 팝송들의 가사들을 외웠다.


그 시절 나의 밤을 풍요롭게 채워준 팝송들은 대략 이러했다.


- Les Feuilles Mortes / Yves Montand ( 1945 )

- The White House / Vicky Leandros ( 1968 )

- Take Me Home, Country Roads / Jhone Denver ( 1971 )

- Tie a Yellow Rebbon Round the Ole Oak Tree / Dawn · Tony Orlando ( 1973 )

- Hotel California / Eagles ( 1976 )

- Honesty / Billy Joel ( 1978 )

- Casablanca / Bertie Hiqqins ( 1982 )

- Theme from paradise / Phoebe Cates ( 1982 )

- Knife / Rockwell ( 1984 )

- Nothing's gonna changes my love for you / Glenn Medeiros ( 1987 )

- Quelque chose dans mon cœur / Elsa ( 1987 )

- Un Roman d'Amitié / Elsa · Glenn Medeiros ( 1988 )




영어라곤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지만 팝송은 나에게 최소한의 단어공부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내내 공부라곤 하지 않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영어시험을 치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중 상위 성적은 나왔으니 말이다.


팝송 가사책을 보며 한글로 된 영어 발음을 외우고, 번역된 가사를 통해 대략적인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이 시절의 노래들은 정말이지 당시 제대로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사랑', '슬픔', '고독', '희망' 등의 갖가지 경험을 간접체험 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힘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종종 즐겨 듣는 이 시절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어쩌면 힘들었을지도 모를 나의 철없던 사춘기 시절을 마치 엄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며 달래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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