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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천국이다

by 이장원


1. 청소놀래기는 산호초에 클리닝 스테이션(cleaning station)을 열고 그곳에 찾아오는 물고기들의 몸에 붙은 기생충이나 죽은 피부를 먹으며 청소를 해준다. 청소놀래기는 먹이를, 클라이언트 물고기는 기생충 제거라는 상호 이득을 얻는 구조다. 흥미로운 사실은, 청소놀래기는 기생충보다 물고기의 점액을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점이다. 점액을 먹기 위해 기생충이 아닌 피부를 뜯어먹기도 하는데, 그런 행동을 하면 클라이언트 물고기가 움찔하며 그곳을 떠나버린다. 눈앞의 욕구를 통제하지 않고 신뢰를 깨면 먹이 자체가 끊길 수 있다.


2. 이처럼 청소놀래기는 늘 치팅의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데, 주변에 다른 물고기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치팅을 덜 하고 기생충 제거 행동을 더 열심히 한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3.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때가 많다. 사르트르는 타인의 판단 때문에 자유를 잃는 것을 경계하면서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다. 타인의 시선은 분명 우리의 삶을 억압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없다면 우리가 치팅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억압과 불편함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 Redouan Bshary et al.(2006), 'Image scoring and cooperation in a cleaner fish mutualism',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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