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빙하기
이번에 다룰 내용은 상당히 특별합니다. 자연환경이 인간의 역사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라서 그렇습니다. 때문에 제목에도 '소빙하기'라는 명칭을 과감히 내세웠습니다. 갑작스럽게 왜 자연환경 이야기냐 하실 수도 있지만 글을 읽다 보시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작해 보겠습니다.
소빙하기(Little Ice age)는 빙하기가 아닌 시기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내려가는 시점을 말합니다. 일전에 언급한 대로 빙하기는 기원전 1만 년 경에 끝이 났습니다. 이 시점 이후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끔 지구의 평균 기온이 내려가는 현상이 종종 관측되었습니다. 지구의 대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를 소빙하기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소빙하기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태양의 흑점 폭발이나 활동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정확한 원인은 학자들마다 다르지만, 지구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1600년대 소빙하기를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인간의 활동이 중요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후,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인디언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수치상의 차이는 있지만 무려 8천만 명이 1천만 명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인디언들이 죽은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자연에게는 또 다른 변화의 원인이었습니다.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날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지목되는 탄소는 화석연료 배출뿐만 아니라 농사에서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땅을 개간하면서 숲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농작물을 키우면서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탄소 흡수량이 감소하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평소에는 별다른 티가 나지 않지만, 무려 아메리카 대륙의 인구가 90% 감소하면서 기존 인간들이 거주하던 지역의 농경지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이 회복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탄소의 감소는 곧 지구 내의 태양에너지 보존량을 줄였고 이는 평균 기온 강하로 이어졌습니다. 지구대기지질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 시점이 1610년이라고 합니다. 1610년의 빙하결점에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내려간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말합니다.
평균기온이 1도에서 2도의 하락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농작물 생산이 가능한 북방 한계선이 급속도로 남하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생태계도 영향을 받고, 빙하의 양도 늘어나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자 인간이 먹을 식량이 부족하게 됩니다. 실제로 1600년대 기록을 보면, 흉작과 기근 그리고 전염병에 관한 기록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부족해진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분쟁이 다량 발생하게 됩니다.
16세기에 발생한 전쟁들은 모두 간접적으로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참혹한 종교전쟁이라고 악명 높았던 30년 전쟁, 영국의 내전 등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전쟁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에 이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중국에서는 만주족이 중국을 점령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아시아 각지에서 큰 전쟁과 기근이 잇달아 발생합니다. 역사학자들은 그래서 1600년대를 종종 위기의 1600년대라고도 부릅니다. 이런 상황은 지구 전체의 인구가 회복되는 1700년대 정도에 이르러서야 회복세를 보입니다. 지구의 평균기온도 올라가고 인구도 다시 증가세로 변화합니다. 이 시기에 중국 인구는 인구폭발로 인해 2억에 근접하게 됩니다.
자연환경 그중에서도 기온변화가 인간의 역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최근래 들어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특히나 오늘날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인해 이런 주장이 더욱 힘을 받게 되었습니다. 연구결과, 어쨌든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로 소빙하기의 위험에서는 탈출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소빙하기가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가파른 기후상승으로 인한 자연재해의 증가, 해수면의 상승은 우리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길은 멀어 보이기만 하네요. 당장 이번 주부터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화석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는 소빙하기가 아니라, 열대기가 아닐까 합니다. 기후가 인간의 역사 향방을 바꾼다는 사실을 이제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조금 더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소빙하기나 인류세(Anthropocene) 관련 글, 콜럼버스 교환(Columbian exchange)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신항로 개척 이후, 근대 사회로 들어가기 직전의 전 세계의 역사를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