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혁명: 과학혁명과 계몽사상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날에 가까워질수록 유럽이야기가 많아지는 이유는 기여도 때문입니다. 유럽중심주의라고 비판을 해도 현대 사회 형성에 유럽의 기여도가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자본주의, 국민국가, 경제학, 학문 분야를 봐도 그렇습니다. 실제 근현대사를 다루는 많은 세계사 서적들도 근대로 넘어오면 유럽이야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여기에는 장점도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를 빠르고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이 만든 시스템 와 구조를 파악하면 단번에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참고 글을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도입이 길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혁명의 시대 첫 번째 부분인 생각의 혁명을 다루겠습니다. 생각의 혁명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는 의미입니다. 또는 그전까지 옳다고 여겼던 생각들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그런 '사고의 전환'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1600년대 후반부에 이르게 되면, 유럽인들의 생각은 획기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 첫 단계는 자신들이 새롭게 접한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신항로의 개척과 종교개혁은 유럽인들의 사고에 큰 충격을 줍니다. 원래 자신들이 알고 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대륙의 출현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조우, 게다가 신종작물(감자, 고구마, 커피, 담배 등)의 전파는 유럽인들에게 생활과 인식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킵니다. 게다가 종교개혁으로 인해서 그전까지 하나의 기독교 공동체라는 인식틀이 깨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가 누구인가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새로운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려고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탐구와 탐험 열풍이 불게 됩니다. 새로운 공간 및 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학자들은 점차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합니다. 지리학(geography), 민속학(ethnography), 천문학(astronomy) 등이 그런 분야였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지함을 깨닫고 끊임없이 알고자 하는 욕망에 빠져듭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말하는 학문이라는 분야가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흔히 말하는 분과학문(discipline) 시스템의 시작입니다. 그전에는 교양과목(문법, 수사학 등)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전공중심의 학문 흐름이 서서히 자라 잡기 시작합니다. 연구방법의 발달도 함께 이루어졌고요. 특히 이와 같은 흐름에 획기적인 바람을 일으킨 사람이 바로 뉴턴이었습니다.
흔히 만유인력의 법칙(혹은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뉴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식의 변화였습니다. 뉴턴은 수학을 이용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영역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그중에서도 뉴턴은 수학(특히 미분)으로서 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수학을 이용해 중력을 계산했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세계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뉴턴의 주장은 당시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종교에 대한 생각도 변화를 줍니다. 이제 자연세계는 하나님이 일정한 법칙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고 인간은 그 법칙을 찾아간다면, 좀 더 진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엽니다. 물론 뉴턴을 포함하여 당대 학자들은 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신앙심이 깊었습니다.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신의 일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뉴턴의 생각은 유럽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설명할 수 있는 합리성과 탐구를 중요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세상 현상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때의 사상적 학문적 흐름을 가리켜 과거의 무지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계몽사상(Enlightenment)이라고 부릅니다. 계몽사상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엄청나게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심지어 이 시기에 학자들은 과감히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고자 백과전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서적은 종교계와 왕실에 의해 사회 혼란을 이유로 금서로 지정당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600년대에서 1700년대로 넘어가면서 유럽의 지식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과거보다 더 발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유럽의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그리스 로마 시기의 철학자 및 학자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근대(Modern)이라고 지칭했지만, 사실상 고전 시대를 뛰어넘지는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벌어진 고대와 근대 논쟁이나 책의 전투(battle of books)라는 책의 출간되면서 유럽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고대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여기게 됩니다. 참으로 의외인 모습입니다. 즉 1700년이 넘어서야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인들의 진보적인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런 밑바탕에는 과학혁명과 계몽사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상의 변화는 새로운 계층에 힘을 줍니다. 당시 부를 축적하고 새롭게 등장하던 부르주아(상인, 전문직, 신분상으로는 귀족이 아님) 기존 질서에 의문을 품고 저항하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계몽사상이 유럽을 휩쓸면서 부르주아들은 인간의 삶이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바로 자유와 평등과 같은 생각들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구체제를 부정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이 것이 정치적인 혁명으로 이어지게 되는 힘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혁명의 시대 두 번째 부분인 정치혁명(시민혁명)을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