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과 제국의 종말, 제3세계
냉전이 점점 고조되던 1950년대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탈식민(post-colonialism) 운동이 거세지기 시작합니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서양의 식민주의는 거의 150년 넘게 지속되면서 식민지 국가에 여러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민족성(nationality)의 탄생이었습니다. 유럽이 점령하고 나뉜 경계선을 따라 식민지배를 받던 부족 및 종족들은 서양의 근대 학문을 접하면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서구 문명의 우월을 자랑하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 했던 사회진화론은 점차 식민지 지식인들을 양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신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은 점차 유럽의 식민지배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점차 사회주도층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독립운동가의 탄생입니다. 이들은 2차 세계 대전 동안 강대국들의 각축 속에서 점차 세력을 형성하기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대전의 종료와 함께 독립을 선언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와 베트남입니다. 인도는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 수십만 명이 넘는 병력을 파견하여 연합국의 승리에 일조하였습니다. 특히 아시아 전선에서는 영국을 대리하여 일본군을 막아내는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당시 독립운동을 이끌던 간디와 네루가 인도의 독립을 주장했고 이는 곧 영국 식민지배의 종결로 이어졌습니다. 베트남 역시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 성장한 지식인들 그중에서도 호찌민을 중심으로 치열한 독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본에게 점령당한 베트남을 해방시키려는 목적에서 출발한 베트남 독립 운동가들은 일본이 항복함과 동시에 베트남 민주 공화국을 선포하여 독립을 선업 합니다. 물론 프랑스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전쟁이 발발합니다. 바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입니다. 전쟁은 프랑스의 패배로 끝이 나면서 베트남은 독립을 달성하게 됩니다.
식민지 해방 운동의 물결은 1960년대에 거쳐 더 활발해집니다. 이미 진작에 독립을 달성한 이집트와 리비아를 비롯한 서아시아 국가들은 아랍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독립된 국가를 세우기 시작합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를 막으려 군대를 보내었지만, 당시 세계 최강대국이던 미국은 이를 냉담하게 바라봤고 국제사회 또한 차가운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의 자국 식민지를 해방시키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을 아프리카의 해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 수십 개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마지막까지 알제리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뒤늦은 식민 지배는 결국 프랑스 사회를 양분시키고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1962년 알제리는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달성했습니다.
수많은 독립국가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을 향한 미국과 소련의 유혹도 한층 강해졌습니다. 냉전 중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자기편을 만들고자 양국은 적극적인 손길을 내밀어 적국 편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식민지 전력이 있던 국가들은 1955년 반둥에서 회의를 열고 평화 10원칙을 발표하며 비동맹 중립주의 노선을 걸어갑니다. 이를 두고 프랑스의 어느 학자는 미국 중심의 1 세계, 소련 중심의 2 세계, 그리고 이들을 제3세계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국가들은 밝은 미래를 맞이하지 못합니다. 식민지 본국과 연결이 끊기면서 경제적인 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과거 독립운동을 했던 엘리트 세력은 이제 자기 권력을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독재자로 돌변했습니다. 슬프게도 독립을 쟁취한 나라들은 대부분 내전과 쿠데타, 그리고 경제 위기, 독재를 경험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종족학살과 부족 간의 전쟁이 빈발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그나마 이런 과거를 뒤로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거의 얼마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제 제국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제3세계 과거 식민지 국가들에게는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었습니다. 서구 열강이 뿌려놓은 유산과 경제 불균형의 문제, 빈부 격차의 문제와 종족 간의 갈등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은 이런 문제에 눈을 감고 모른 척합니다. 일례로 르완다에서 발생한 후투족과 투치족의 갈등에서 식민지배를 한 벨기에는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결국 엄청난 학살극으로 사건이 확대되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냉전은 1991년 끝이 났지만, 탈식민지 국가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 부분을 모두 적기에는 내용이 방대하고 그렇다고 빼고 넘어가기에는 지금 세계 문제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어 이렇게 짧게나마 언급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편이 남았네요.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