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재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표정으로 현관문으로 들어선다.
“엄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에요.”
“그래?”
“운이 일곱 개나 좋았어요.”
희재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참 기분이 좋다. 나는 컴퓨터 방에서 일을 하다 말고 희재가 있는 거실로 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어?”
“오늘 바둑을 했는데요. 동희가 19급이고 내가 23급인데, 내가 이겼어요. 무려 40점 차이로 내가 이겼다고요. 40점 차이는 4급을 빼서 내가 15급이라는 거거든요.”
“너 이번에 15급 시험 봤잖니. 동희보다 잘 둔다며”
“그리고 또 있어요.”
희재는 가방을 열어 시험지를 꺼낸다.
“내가 영어시험에서 100점을 받았어요. 그리고 국어시험에도 100점을 받았어요.”
“와아, 희재가 잘했네.”
“영어시험은 100점 받은 애가 나를 포함해서 두 명이래요.”
“반 학급이 23명이면 두 명이 백 점이고 나머지는 다 90점 아냐?”
나는 웃으며 농담을 건넨다.
“아니에요. 20점 맞은 애도 있다고요.”
“그래, 희재가 그동안 방과 후도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거지.”
지난번 희재의 수학 성적이 떨어져서 걱정하던 차에 나는 희재의 공부의욕을 올려볼 겸, 학교 시험에서 100점을 연 달아 네 번 맞으면 게임을 한 시간 시켜준다고 약속했었다.
“이제 두 번만 100점 맞으면 된다. 엄마, 오늘 서윤이가 나보고 자기는 90점 맞았는데 나보고 몇 점 맞았냐고 물어봐서 100점 맞았다고 했어요. 서윤이가 나보고 학원 다니냐고 물어봐서 안 다닌다고 했더니 대단하대요.”
옆에서 듣고 있던 종민이는 대단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와아, 그럼 학원을 다니면 도대체 몇 점을 받을 거야.”
“희재야, 희재는 너무 머리만 믿고 공부 안 하는 거 같아 걱정이야. 공부도 조금 해야 할 거 같아.”
“알겠어요.”
희재는 으쓱하며 웃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