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종민이는 부쩍 생모가 보고 싶다고 말한다. 종민이는 안방에서 형과 놀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꼼짝없이 엎드려 있다.
“형아,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 주방에 계시잖아.”
“아니, 엄마. 나를 낳아준 엄마.”
희재가 나를 부른다.
“엄마, 종민이가 생모가 보고 싶대요.”
주방에서 일을 보다가 희재 말을 듣고 슬쩍 안방 쪽을 바라보니 종민이가 스카프를 감싸 안고 엎드려 눈만 끔뻑 뜨고 있다.
“음, 왜 갑자기 생모가 보고 싶을까.”
“종민이가 생모가 보고 싶대요.”
희재는 종민이의 행동이 낯설게 느껴졌는지 반복적으로 상황을 전해준다.
나는 안방으로 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종민아, 엄마도 종민이의 생모가 보고 싶어. 정말 궁금해. 우리 종민이랑 닮았을지 궁금해. 종민이가 크면 생모를 만나러 가자.”
내가 주방으로 다시 나오고 나서도 종민이는 기척이 없다. 나는 분위기를 전환시키고자 다시 안방으로 갔다.
“종민아, 엄마도 엄마의 아빠가 무척 보고 싶어. 엄마의 아빠는 보고 싶어도 돌아가셔서 볼 수가 없어. 아빠가 보고 싶구나.”
희재는 방안에 누워 다리를 들어 갈대처럼 흔든다.
“나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나에게 잘해 주셨을 텐데. 할아버지 보고 싶어. 할머니도 보고 싶어. 할머니는 잘 계실까.”
갑자기 보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종민이를 잘 키워주신 원장 수녀님도 보고 싶네. 화가 할아버지도 보고 싶어.”
“화가 할아버지 보고 싶어. 우리 만나러 가자.”
종민이는 지난번 여름에 화가 할아버지를 만나고 와서 가끔 화가 할아버지에 대해 묻곤 했다.
“나에겐 할아버지가 없으니까, 화가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하면 되겠네. 엄만 화가 할아버지가 좋아?”
“그럼, 좋지.”
그렇게 종민이와 희재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리고 안방에서 포켓몬스터 게임을 이어나갔다.
그날 밤, 잠자리에 아이들과 누웠다.
종민이는 다시 생모를 찾기 시작한다.
“엄마, 생모가 보고 싶어.”
“그렇구나, 생모가 보고 싶구나. 엄마도 종민이의 생모가 보고 싶어. 그러나 지금은 볼 수가 없어.”
“맞아, 스무 살이 되면 보러 갈 거야.”
“생모를 보면 뭐 할 거야.”
“자자, 술 한 잔 하세요.라고 해야지.”
종민이는 어른 목소리를 흉내 내고, 술을 거나하게 들이켜는 성대모사를 한다.
“종민아, 나중에 스무 살이 되어 생모를 찾아도 생모가 원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단다.”
“왜 만날 수 없어?”
“생모가 미안해서 안 만나고 싶다는 경우도 있고 외국으로 이사를 갔을 수도 있어. 연락이 안 될 수 있어.”
종민이 옆에 누워 있던 희재가 한 마디 한다.
“나는 외할아버지도 보고 싶고 친할아버지도 보고 싶어.”
“형, 형아는 생모 안 보고 싶어?”
천장을 보고 누워있던 희재는 대꾸 없이 고개를 돌려 모로 눕는다.
나는 희재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희재도 보고 싶겠지.”
희재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