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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들은 나를 6년 동안 키워주셨어

by 고진예 Mar 06. 2025

    가족과 함께 일요일에 빈센치오 모임에서 주최하는 다락골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9월에는 행사가 많다. 입양모임이며 위탁모임이며 빈센치오 모임이 있고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는 주말 마다 훈련이 있다. 

나는 처음 가보는 성지순례라 낯설기도 했지만, 인간은 종교의 자유가 부정당하고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사회적 환경이 안타까웠다. 


    성지순례를 오니 종민이와 희재를 키워주신 해성 보육원 수녀원장님이 생각나서 문자로 사진을 보냈다. 집으로 귀가한 후, 종민이에게 원장님께 사진을 보냈다는 얘기를 했다. 종민이는 자신도 원장님이 보고 싶다며 문자를 남기겠다고 한다.      


종민이에요. 원장님 사랑합니다.

힘내서 열심히 하고 꼭! 보러갈게요.

사랑해요!

원장님 힘드시면 저 불러요!사랑해요.     


수녀 원장님은 고맙고 사랑한다고 답문을 주셨다. 잠자리에 들기 전, 종민이는 뒤척거리며 잠을 못 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질문도 많다. 종민이는 자고 싶지 않은데, 밤 아홉 시 반이 되면 억지로 자야 해서 불만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종민이는 책을 조금만 더 읽겠다며 책을 들고 식탁에 가서 버텼다. 

“종민아, 안돼. 아이는 아홉 시간을 자야 한대. 종민아, 지금 열시야.”

“알겠어요. 조금만 더 읽고 잘게요.”

“종민아, 지금 열시 인데 아홉 시간이면 내일 몇 시에 일어나야 하지?”

“어...그러니까. 열 아홉시오.” 

종민이는 머쓱하게 웃어 보인다. 

눈치 빠른 희재가 대답한다. 

“내일 아침 일 곱시오.”

“지금 열 시 십 분이 됐네.”

“그럼, 내일 일 곱시 십 분에 일어나야 해요.”

“안 되겠다. 종민아, 내일 일 곱시 십 분에 일어나려면 빨리 자야 해.”     


    나는 버티고 있는 종민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누웠다. 종민이는 남편 옆에 누워 있다가 잠이 오지 않는지 뒹굴거리며 내 옆으로 와서 자신의 발을 내 몸에 턱 걸친다. 

“종민아, 오늘 원장님과 문자 해서 좋았어? 원장님 보고 싶다.”

“아, 그 말 하니까 진짜 원장님 보고 싶잖아.”

“종민이도 원장님 보고 싶구나.”

“아, 진짜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려고 하네. 원장님이 날 키워주셨는데,”

“종민아, 너를 키운 건 이모들이야. 이모들이 종민이 아기 때 똥 싸면 똥 닦아주시고 기저귀도 갈아주시고 밤새 울면 잠도 못 자고 안아주셨을 거야.”

“원장님도 나를 키워주셨지.”

“그래, 그랬지만, 이모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거야. 이모들도 기억해 줘.”

“이모들도 나를 키워주셨지. 이모들이 엄마 같은 분이시지.”     

나는 괜한 서운함이 들었다. 

“종민아, 엄마는 여기 있잖아.”

“엄마는 나를 일 년만 키워주셨잖아. 이모들은 나를 육 년 동안 키워주셨어.”     


    종민이 말이 맞다. 종민이는 태어난지 두 달에 해성에 들어갔다. 우는 종민이를 달래주고 안아주고 밥을 떠먹여 주고 장난꾸러기 종민이와 잘 놀아준 이모들의 헌신은 지극하다. 그분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종민이가 이렇게 내 옆에서 조잘대며 사랑스러운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종민아, 다음에 인천 가면 꼭 이모들을 만나자.”

“그래, 이모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가자. 엄마 이모들은 뭐 좋아해? 음료수 들고 가자. 아니면 과일 들고 가자. 이모들은 뭐 좋아할까.”

“그래, 종민아. 다음에 갈 땐 이모들에게 맛있는 거 사드리자.”

남편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자, 종민이는 굴러서 아빠 옆에 눕는다. 그리고 어느새 조용해진다. 

종민이가 자신을 사랑과 헌신으로 키워주신 이모들과 원장님을 오래 토록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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