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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이 뭐예요?

by 고진예 Feb 27. 2025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아침이면 일어나 양치와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으며 책을 읽다가 학교에 간다. 요즘 들어 종민이가 자주 책을 들여다본다. 아침에 일어나 혼자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저녁에 형이 검도 가고 난 후에도 혼자 식탁에 앉아 책을 꼼꼼히 읽는다. 학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종민이는 부쩍 성장한 느낌이다.  


    오후에 학교에 다녀온 종민이는 형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엄마 월경이 뭐예요?”

“엉?”

“월경요.”

“무슨 책이니?”

“사춘기요.”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굴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아이에게 말을 잘 해줘야 한다. 뭐라고 하지? 갑자기 말문이 막혔지만, 잘 설명해주고 싶었다. 

“어…음…” 

“어… 혹시 학교에서 성에 관해 배웠니?”

“아니요.”

“그래? 작년에 안 배웠어?”

“한 거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으음… 그렇구나. 월경이란 말이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면 아이가 생겨요.”

“여자의 몸에는 난자가 있고 남자의 몸에는 정자가 있어. 이 난자와 정자가 만나면 여자의 몸 속에 아기가 생기는 거거든.” 

나는 종민이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눈치를 살폈다. 종민이는 끄덕끄덕 하며 듣는다. 

“그런데 여자의 몸에 있는 난자가 정자를 못 만나면 한 달에 한 번씩 난자가 밖으로 배출이 돼. 난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몸 밖으로 나오는 거지. 그런데 우리 몸 안에는 혈액이 있잖아. 그래서 난자가 몸 밖으로 나오면 피가 같이 나오는 거야.” 

나는 속으로 ‘휴우’ 하고 안도했다. 

“아. 피가 나와요?”

“응.”

“아, 아프겠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놀란다고 해서 월경이야.”

“아프지 않아요?”

“아픈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

“여기 책에는 아프다고 나와요.”

“그렇구나.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

“엄마는 안 아팠어요?”

“엄마도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아.”

“그리고 난자가 정자를 만나면 난자에서 아기가 생기면 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월경 하지 않아.”

종민이는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책을 읽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종민이가 화장실에 들어간다. 종민이는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용변을 본다. 

“엄마.”

“왜?”

“사생활이 뭐예요?”

“사생활은 지금처럼 종민이가 화장실에 있는 건 개인적인 생활이잖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종민이의 일상들이지. 똥싸고 밥 먹고 자고 이런 일들을 사람들이 알리고 싶지 않잖아. 그게 사생활이야.”

“강간은 뭐예요?”

“음… 강제로 친구를 붙잡고 뽀뽀하거나 몸을 만지는 거지. 그러면 안돼.”

“성폭력이 뭐예요?”

“음…”     


    요즘 들어 종민이는 민감한 주제를 꺼낸다. 아이가 2학년 2학기가 되면서 부쩍 성의 변화에 관심이 생긴 것 같다. 나는 다시 머리를 마구 굴린다. 아이가 놀라지 않게 잘 설명하고 싶었다.

“음… 성폭력은 성이 뭐야. 우리가 보통 남성, 여성 하지. 사람이 태어나면서 몸이 정해지잖아. 그게 성이야. 종민이는 어떤 성이지?”

“남성이요.”

“그렇지. 남성과 여성은 몸의 특징이 다르지? 남성은 어떻지?”

“고추가 달렸어요.”

“그래. 여성은”

“고추가 없고 찌찌가 커요.” 

종민이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린다.

“그래, 성폭력은 예를 들어 종민이가…”

“나는 빼요.”

“그래.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버지도 빼요.”

“알았어. 예를 들어 어떤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의 민감한 부분을 만지거나 때리는 거야. 그러면 여자 친구가 아프잖아. 그게 성폭력인거야.”     

설명이 부족할 것 같았지만 2학년인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종민이의 고추를…”

“나 빼요.”

“그래. 어떤 사람이 어떤 남자의 고추를 발로 찼어. 그러면 나쁜 거잖아. 성폭력인거야.”


    종민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러니까 형이 내 고추를 치면 안되지.”

“형아가?”

“저번에 그랬어요.”

안방에서 뒹굴거리며 책 읽던 희재가 종민이의 말을 들었다.

“내가 언제? 나 안 했어요.”

“형이 저번에 내 고추를 손으로 쳤잖아.”

“나 안 그랬어.”

“그랬으면서.”

“뭔 소리야.”

“그래, 그래, 얘들아. 이제 씻고 잘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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