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민이의 손톱은 일 년 내내 짧다. 학교 다니는 동안 손톱을 물어 살이 드러날 정도이다. 1학년 말경에는 좀 나아졌는가 싶었는데 작년 내내 손톱은 자라지 않아 깎아줄 수가 없었다.
“종민아, 손톱 물어뜯으면 안 돼.”
“친구들도 다 그래.”
“손톱 물어뜯으면 엄마가 손가락에 고추장 바를 거야.”
“맛있겠네.”
이제 3학년이 되니, 엄포도 통하질 않는다.
“종민아, 손톱을 왜 물어뜯는 거 같아? 엄마가 진짜 궁금해.”
“수업시간에 심심해.”
“심심해? 왜?”
“선생님이 수업 중에 손을 책상에 내려놓으래. 필통도 만지면 안 된대. 그래서 할 게 없어.”
아, 나는 그 순간 아이가 뭘 말하려고 하는 줄 알게 되었다.
“아, 손이 가만히 있으려니 마음이 불안해서 손톱을 물어뜯게 되는 거야?”
“응.”
“그랬구나.”
그리고 세 달가량이 지나고 겨울 방학이 찾아왔다. 나는 종민이의 손톱을 보고 지난 이야기가 떠올랐다.
“종민아, 이제 학교에 가지 않고 방학이 되었으니까 손톱을 길어보자.”
“응?”
“엄마가 종민이 손톱에 흰색이 보일 때까지 잘 기르면 게임을 추가로 더 시켜줄게.”
“진짜? 몇 분? 한 시간?”
“그래, 한 시간!”
나는 종민이가 신나서 잘할 수 있도록 벌대신 보상을 걸어보았다.
그리고 방학이 왔다.
어젯밤 잠자기 위해 누웠던 종민이가 말을 건다.
“나 내일 게임하는 날이다. 예~. 엄마 나 손톱 기르면 게임 더 시켜준다는 말 잊지 않았죠?”
“그렇지. 자 손톱 좀 볼까.”
종민이의 손톱은 흰색이 보일 정도로 자라 있었다. 그리고 손톱 및에 살이 트지 않고 맨질맨질해 보였다. 나는 너무 다행이었다. 종민이의 손톱은 정서적인 문제에서 온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마음이 편하면 고쳐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종민아, 손톱이 너무 이쁘구나. 앞으로도 잘 길러보자.”
“게임시켜 줄 거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