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선택법 - 대화 5편

딱 한 번의 양보

by 영순

부부간에 대화를 하다보면

팽팽하게 맞서는 때가 있다.


서로가 잘못한 게 반반이라서

똑같이 사과를 받아야 할 때가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어서

중간 지점을 선택해야 하는데,

중간을 선택할 수 없이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팽팽한 상황이 있다.


상견례를 중간인 대전에서 하면 좋으련만,

서울에서 하거나, 부산에서 해야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어느 것도 선택하기 어렵고,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잘못하지 않았고,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그런 팽팽한 상황이 결혼 생활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중간지점에서 만날 수 없고,

타협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절대로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상황,

내 잘못도 있지만, 상대 잘못도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때는, 단순히 듣는 게 아니고,
내 생각과 감정은 멈춘 채로
듣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한쪽이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그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내가 주장하는 쪽을 선택하고,

상대가 그의 뜻을 접고 나를 따라야 할 때,

팽팽하게 맞서다가,

내가 그를 논리적으로 이겼다면,

나이가 많아서 눌렀다면,

남자라서 어깃장을 놓았다면

향후에,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결국 관계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도 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어느 한쪽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그 과정을 잘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가 할 말, 내가 느끼는 감정,

나의 논리, 내가 억울한 점,

상대가 틀린 점, 상대가 잘못한 점,

그 모든 것들을 멈추고, 오로지 상대의 말을 듣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 능력은 실로 엄청난 능력이다.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차단하고

오롯이 그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전혀 쉽지 않다.


하지만, 부부 생활에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이렇게 충분히 듣고 나서,

나의 뜻대로 했다면,

적어도 상대방은 충분히 공감받았고,

이해받았다는 감정을 가진 채

자신의 뜻을 접고 나의 뜻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충분히 듣고 나서,

상대방의 뜻대로 했다면,

상대방은 내가 충분히 들은 후

상대방의 의견을 따랐으므로,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받아,

고맙게 여길 것이다.




이런 과정없이 나의 뜻을 따르게 했다면,

상대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가진 채,

나의 뜻을 따를 테고




이런 과정없이 그의 뜻을 따른다면,

상대는 내가 마지못해

억지로 따른다고 생각하며,

탐탁치 않아할 것이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대부분은
사과를 쪼개듯이 절반으로 나눌 수 없다.



반드시 손해보는 쪽이 생기기 마련인데,

수십년을 함께 걸어가야할 배우자의 가슴 속에는

충분히 공감받았고, 충분히 이해받았고,

충분히 내 말을 했다는 감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들어야 한다.

오롯이 그의 말과 그의 감정을...


"알아.. 아는데 말야...


같은 말 몇번째야. 다 이해한다니까. 근데..."


이건 듣는게 아니다.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는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는다고 해서,

상대의 뜻을 따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말을 듣고도,

둘 사이에 취할 수 있는 조치나 행동은

너무 많다.




우리가 상처받고 화가 나는 것은
상대방 뜻대로 따라야 해서가 아니라,
내 뜻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음에,
내 생각과 감정이 충분히 공감받지 못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듣기 위해서는

내 생각과 감정을 멈춰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상대는 다퉈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설득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꺾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복종시켜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가며

사랑하는 사이라는 인식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과 감정을 멈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생각과 감정을 멈추는 것 자체가,

억울하고 분해서

즉시 상대방 말을 끊고 들어가게 된다.




연애하는 기간에 말로 다툴 기회가

여러 번 있을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멈추고,

오롯이 상대의 생각과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소양을 갖췄는가?




이것이 바로, 배우자로서

응당 갖춰야 할 기본 자격이다.




주사위를 던질때 1이 나올 확률과

6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으로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10번 던져보면,

그 확률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확률상 왜 같다고 하는거지?




큰수의 법칙이 적용되어야

확률이 같아지게 된다.


즉, 10번을 던지면 확률이 다르지만,

10만번을 던지면 확률은

거의 같은 값으로 수렴한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결혼 생활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큰 수의 법칙이 적용된다.




결국, 양보를 번갈아 하게 되어 있고,
옳고 그름은 뒤섞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결혼 생활 동안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남아야 할 유일한 것은,

얼마나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공감했는가이다.


승률은 각각 50%로 수렴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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