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힐링의 조건
쉼과 치유는 언제 일어나는 걸까?
바다가 보이는 고급 펜션의 테라스에 숯불을 피워놓고
삼겹살, 소고기, 소세지가 익어가며,
그 옆에는 고급 와인이 놓여진 사진이
내 SNS에 올려져 있고,
지인들이 누른 '좋아요'와
부러움에 가득 찬 댓글이 달려있으면
쉼과 치유는 일어날까?
갑자기 회가 먹고 싶다는 말에,
급하게 예매한 제주행 비행기표, 바다가 보이는 횟집,
화려하게 한 상 차려진 음식들을 마주하면
쉼과 치유는 일어날까?
이른 새벽 졸린 눈을 비벼 가며
도착한 그곳 바닷가에서
수평선 위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면
쉼과 치유가 일어날까?
저마다 모두 다른,
마음속으로 정해둔 그 복잡한 바다의 조건에서,
쉼과 힐링이 일어난다고 믿는 우리는
어쩌면 그런 조건의 바다에 가지 못하면
쉼과 치유가 유예된다고 믿는 우리는
오늘의 삶에서 힘겨운 고통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건 아닐까?
대한민국의 영토는 3면이 바다이다.
손쉽게 바다로 갈 수 있는 인구는
전체 인구중에 5분의 1은 되지 않을까?
이름도 없는 아무 바닷가에서,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 앉은
그 모래 사장에서
그리 차갑지 않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것에서도
쉼과 힐링이 일어난다고 믿는다면,
바다에 가지 않고도
쉼과 힐링이 가능하지 않을까?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