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와 행복

행복모드를 즉시 바꾸세요.

by 영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래고기를 먹어봤다.


매스컴에서 여러 번 보았던,

포항에서 먹을 수 있는 고래고기.




삶이 힘들어,

무작정 떠나서 도착한 포항에서

나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의

고래고기.




맥주 한 잔에

나홀로 떠나온 여행에서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 속에서

고래고기는

내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내가 상상하고 꿈꾸던

엄청난 맛이 아니었다.


돼지고기 수육도 아니고,

돼지고기 내장도 아닌

그저 그런 고래고기.


내 상상과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때론,

힘든 삶 속에서

가고 싶은 해외여행,

사고 싶은 비싼 가방,

자고 싶은 고급 펜션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 꼭 같은

결과물을 내 자신과 내 삶에

가져다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이 고래고기가
나에게 기대하고 꿈꾸던
행복과 힐링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한점을 먹고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고래 고기로
행복할 수 있는 모드로 전환했다.



아버지께

고래고기를 보내드리고,

몇 마디의 카톡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