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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아

by 무명독자

하반신 마비와 함께 찾아왔던 신경통.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의 신경통이 찾아올 때면 저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부터 잡히곤 합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지팡이를 짚으며 걷고 있지만, 신경통은 여전히 예고도 없이 저를 찾아와 괴롭히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워하는 저를 보는 게 즐거운 건지,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찾아와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시계를 보니 5시 20분이네요. 오히려 좋습니다. 덕분에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됐네요.


요즘엔 일하고 있는 도서관까지 찾아와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문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고통이 느껴진다는 건 아직 감각이 살아있다는 신호이니.


글을 쓸 때도 찾아옵니다.

제발. 이때만큼은 괴롭히지 말라고 간절히 기도 했는데도 말이죠. 근데 생각해 보니, 이것 또한 오히려 좋습니다. 글을 쓸 소재가 하나 더 생겼으니.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신경통이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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