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엔 재능이 없어서요

사회 복귀를 위한 준비! 근데 장애를 곁들인.

by 무명독자

‘아홉수’가 제대로 왔네..


23년 1월 1일.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 29살의 나는

병실 창문을 바라보며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이지.. 끔찍함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하반신마비.

자살충동, 우울증, 무기력함 등등..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었던 나.

왜 정신은 멀쩡한 거지? 아예 머리까지 마비돼서 이 고통을 못 느꼈으면 하는 생각만 했었던 나.

아침에 눈을 뜨면 처음으로 보이는 게 병원 형광등 불빛이라는 현실이 너무나도 싫었던 나.


그러나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는 말.


정말이었을까?

빼곡하게 진열된 부정적인 생각들 틈 사이로

긍정적인 생각들이 억지로라도 비집고 들어가니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19살 때부터 27살까지 8년 동안 열심히 일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도 둘러보고 여유 있으면 뒤도 돌아보기도 하라는 신호인 걸까?

그래도 손은 멀쩡하니, 이걸 활용해서 최대한 여러 가지 운동을 해보자.

신경통이 너무 아프지만, 미세하게라도 신경이 살아 있으니 이 아픈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내면 조금이라도 나아질라나?


자연스레 발상의 전환이 되면서,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중간에 무너지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넘어지면 일어나는 게 당연하듯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점진적으로 몸이 좋아져 아홉수를 맞이한 나는 지팡이 하나로 보행하며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이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

학창 시절 때 이런 정신력으로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을 거 같은데..ㅋ




“여기 처음 왔을 때는 휠체어 타고 다녔다면서요. 지금은 이렇게 걸어도 다니고. 방법 좀 알려주세요. “


몸이 좋아지는 걸 눈으로 지켜본 환우분들이나, 입원하신 지 얼마 안 된 환우분들께서 내게 가장 많이 하신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솔직히 정말 난처했다.


의사도 아니고 치료사도 아닌 나한테 왜..

아 맞네. 내가 휠체어 타고 생활했을 때 걸어다니 는 환우분들을 보고 이런 생각 많이 했었지.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 나는 이렇게 운동했고 이런 식으로 생각을 다졌다 하는 노하우를 알려드리면 되겠다.


나이가 어려서 회복이 빠른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건 당연 노력이다.


“치료실에서 재활받는 것 외에 따로 운동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몸이 안 움직인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머리로 계속 신호를 보내세요. 움직여라 움직여라 하면서요. 사람마다 병명도 다르고 다친 경도도 다르지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


저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

여기서 예전의 건강했던 일상으로의 회복이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받아들이세요. 저 역시 건강했다가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내 부모님께 말씀드리다는 생각으로 자세하게 알려드렸다.


내 말을 들으신 환우분들께서

다음날 바로 복도를 돌았다, 시간 날 때마다 서있는 버릇을 들었다, 팔이 안 움직이지만 계속 신호를 주고 있다 하는 말씀을 내게 해 주실 때 괜스레 뿌듯해졌다.


왜 몸이 안 좋아지냐. 병원이 문제인가. 여기가 치료를 잘 못하나 불평을 하시는 환우분들도 간혹 계셨다.


예전의 건강했던 일상으로 회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안다. 장애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 또한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재활의 첫 시작은

운동도 멘탈도 아닌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시작인 거 같다. 아니, 같다가 아니라 이게 맞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지 하는 긍정적인 의욕이 생기기 시작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중에서 내가 제일 건강한 장애인이 돼야지!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어보자!




뷔페를 한 번 가볼까..?


퇴원이 2개월 정도 남은 시점의 나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어떤 걸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침 대학병원 외래진료가 있어서

재활병원으로 복귀하기 전에 밥을 뷔페에서 먹자 하며 카카오 택시 어플을 켰다.


도착 장소는 애슐리!


주중이라 웨이팅이 없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왼손엔 접시, 오른손엔 지팡이를 짚으며 음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팡이를 잠시 세워두고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어 접시에 올려놓고, 다시 지팡이를 짚어 앞으로 간 다음 또다시 지팡이를 세워 놓고 음식을 집어 접시에 올려놓고를 계속 반복했다.


사람 없을 때 와서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느린 데 사람까지 많았으면 진짜 민폐다..


퇴원을 하고 뷔페에 올 거면

오늘 같이 주말이 아닌 주중 점심에만 오자 하며 자리에 앉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씩 생기니 자연스레 사회복귀에 대한 자신감이 올라갔다.


일단 먹자! 잘 먹겠습니다~

날짜가 나오게 캡쳐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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