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잊고 살았던.
익숙한 천장, 공기 그리고 분위기.
도돌이표 같은 이 상황. 썩 유쾌하진 않네.
지겹다 지겨워.
늦은 저녁 울려 퍼지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반가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순식간에 도시의 불청객이 된 나는 얼굴에 철판을 제대로 깔고 엠뷸런스 안에 누워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정신과 같이 내 몸도 이런 상황이 익숙한 걸까?
죽음에 맞서 싸우려 하는 백혈구들이 방어태세로 돌입해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게 느껴지는 순간.
자기주장이 강한 자아들이 각자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려 하고 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이제 편안해져.”
라며 삼지창을 들고 있는 악마의 속삭임과
“좀만 참아봐. 이거 또한 이겨낼 수 있어. “
라며 흰색원피스를 입은 날개 달린 천사의 속삭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음.. 아무 생각이 없었다기보다 그냥 둘 다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멍~하니 엠뷸런스 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나는 앞으로의 모든 상황을 하늘에 맡기고 또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체념하고 있다.
죽으면 죽는 거고.. 살면 사는 거고..
찬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4월 초의 새벽.
구급대원분께서 이불을 쇄골까지 덮어주시고 침대를 천천히 내리고 있다. 저 멀리 패딩을 입고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얹고 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아들!
내 시야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거 같은 표정을 하시며 아련하게 나를 쳐다보고 계신다.
야간특근을 마치고 집이 아닌 대학병원 응급실로 퇴근하신 어머니는,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팔자주름의 미소와 대조되는 글썽글썽한 눈망울을 보이며 이불 위에 손을 얹고 걸어가고 있다.
무너져가는 나를 눈치채신 걸까?
절대 울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가 풍기는 어머니.
부모가 울면 자식도 울 거라는 걸 너무 잘 아는 어머니.
부모가 무너지면 자식도 무너진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어머니.
이런 어머니를 보고는 엠뷸런스 안에서 쓰레기 같은 생각을 했던 나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야 이놈아. 미쳤어?
정신 차려.
응급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맞추기 위해 윈도우 98 운영체제의 디스크 조각모음을 머릿속에 실행시키고 있다.
뭐지? 자다 일어난 건가? 아침인 거 같긴 한데.
엄마는 어디 있지? 간이침대에 계시는구나.
목에다가 주사를 놓는 것에 대해 뭐라 뭐라 설명해 주셨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손목이 아닌 목에다가 놔야지 효과가 좋다고 했나? 동의서를 쓴 거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아고 머리 아파.
주렁주렁 매달린 수액들 사이로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 설명해주고 계신다.
“패혈증 쇼크로 인해 환자분 정말로 응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사망 확률이 60%였고.. “
패혈증이 뭐지?
아니. 사망 확률이 60%였다고? 허걱..
어머니께서는 짧고 굵게 한 마디만 하셨다.
“살려만 주세요.”
반 병X이 되더라고 그저 살려만 달라는 어머니.
이대로 아들을 보낼 수 없다는 의지가 하늘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게 느껴졌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게 세상에서 제일 큰 불효라는 것을 잠시 잊고 살았던 내가 너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 목숨은 나 혼자만의 목숨이 아니구나.
추신.
안녕하세요? 무명독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독자님들께 말씀드릴까 말까 연재날까지 고민한 내용이 있어 이렇게 수정을 클릭 후 글을 씁니다.
혹시 이야기가 뚝! 끊긴 거 같은 느낌이 드셨는지요..
사실 어머니께서 오늘 아침에 제 글을 읽으시고는
”이야기가 뚝! 끊긴 거 같아 너무 아쉽다. 아팠으니까 어쩔 수 없긴 한데.. “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네. 맞습니다.
6월의 모든 날들이 아파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휴재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나와의 약속, 그리고 독자님들과의 약속인 토요일 연재를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주사 맞고 약 먹고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최대한 써 내려가자 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는..
왼쪽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이 너무 아파 의자에 앉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자잘하게 느껴지는 신경통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어요.
아! 이게 햄스트링이 올라온다고 하는 건가? 하면서 급하게 병가를 쓰고 병원진료를 받았습니다.
연재날까지 최대한 써 보자 하며 써 내려간 게 이 정도의 글입니다. 저 역시 어머니 말씀처럼 이야기가 뚝! 끊기는 거 같네..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쓴 거라도 올리자! 하며 20일 저녁 11시에 연재 예약을 해 놓고 지금 까지 아파서 골골대고 있네요..
서론이 길었죠?
독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달 브런치북 근태는 꽝!이네요.
건강도 근태의 일부라고 생각해 왔던지라.. 제 자신에게 쓴소리를 마구마구 하고 싶어 집니다. 평소에 건강관리 잘했어야지! 하면서요.
네. 또 맞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 하려고
몇 바퀴나 돌려 말하고 있는 걸까요(머쓱)
주말 동안 푹~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다음 연재글 써 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명독자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