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엔 재능이 없어서요

야 계단! 너 뭐 돼?

by 무명독자

휠체어 생활을 했었던 입원 초기에 나는

엘리베이터가 그렇게도 얄밉고 싫었다.


아.. 진짜 오래 걸리네.

아.. 걸을 수만 있으면 계단으로 가는 건데.


재활이 몰리는 시간대나 식사시간 때에 엘리베이터 안은 항상 만원이다.

한 번은 식사시간 때 잘못 걸려 10분 정도 기다린 적도 있었다. 지체되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계단을 이용하는 환자분들이나 치료사 선생님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봤었던 기억이 있다.


참.. 행복한 고민이네.

계단을 이용할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까 고민도 하고. 부러워 죽겠다.


병원에 오기 전.

걸어 다니는 게 숨 쉬는 것만큼 당연했던 건강한 나로 돌아가봐도 계단은 내게 어느 건물에나 있는 층층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하반신마비라는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병을 안고 바라봤던 계단은 거대하고 웅장한 소나무 같았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라는 속담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을 때 갑자기 정신이 빠짝! 차려졌다. 그 즉시 고개를 치켜들어 내려올 생각을 안 하는 숫자를 바라보며 굳게 다짐했다.


싫은데? 쳐다도 보고, 올라도 갈 건데?




계단을 다시 이용했던 날은, 병원이 아닌 외래진료 때 일탈을 했었던 영화관이었다.


그래도 영화관 계단은 병원 계단보다 간격이 넓으니까 워커로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아 아닌가..? 뭐, 서서 못 올라가면 기어서라도 올라가면 되지ㅋ


야 계단! 너 뭐 돼?


그때의 나는 과감했다.

아니다. 과감했다가 아니라 무모했다가 맞는 말인 거 같다. 그냥 그 상황에 나를 갖다 놓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부딪혔다.


자신감 넘쳤던 계획이 무색할 정도로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오.. 생각보다 높네(당황)


D열까지 층층이 올라가 있는 계단을 보고는,

욕심부리지 말고 C열이나 B열로 예매할걸.. 하는 약간의 후회를 했었다.

말 그대로 못 올라가면 기어서라도 올라가자 하며 워커를 먼저 올리고 오른발 먼저 계단 위에 올려놨다.

그러고 최대한 오른쪽으로 몸을 숙여 힘을 옮기고 일어선 다음 빠르게 왼쪽발을 오른발 옆에 올려놨다.

팝콘을 들어주셨던 영화관 관계자분께서 이런 과정을 반복한 내가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불안해하며 계속 쳐다보셨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내게 힘이 됐다.


넘어지면 이 분께서 일으켜 주시겠지..? 하며ㅋ




무모하게, 또 과감하게 행동했던 결과의 대한 파급효과는 가히 대단했다.

신경 쓰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재활치료실 안에 있는 계단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재활시간보다 일찍 내려와 치료실 안에 있는 계단을 타기 시작했다. 비상계단을 이용하며 운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치료실 안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넘어지면 바로 조치해 줄 수 있는 치료사 선생님들이 계시니.


무모하게 행동하면서 또 다치기는 싫나 보네..ㅋ


워커를 앞에 놔두고 양쪽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며 천천히 낮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만약에 내가 손까지 못 움직였으면..

경추가 아닌 요추가 부러진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손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이것 또한 축복이었구나.




적어도 퇴원하기 전 까지는 이용하지 말자.


지팡이 하나로 보행하고부터는 엘리베이터 이용을 철저하게 배제시켰다.

계단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굳게 다짐했었던 입원 초기의 나에 대한 모든 것 들을 부정하는 거 같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했었던 나를 잊지 말자. 자존감이 떨어져 초라했었던 그때의 내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할라.


왼손은 지팡이, 오른손은 손잡이를 잡으며 치료실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내가 키우는 게임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고 가지 못했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것 같았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어!? 계단으로 내려오신 거예요!?”


1층에 도착한 나를 간호사 한분께서 발견하고 적잖이 놀라하며 말을 했다.


“네! 저 사진한 번 찍어주세요! “


저 엘리베이터 타는 거 보면 혼내주세요~








keyword
이전 21화글쓰기엔 재능이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