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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2025 동아마라톤 10km 출전기

by 산호 Mar 17. 2025

어려서부터 나는 달리기가 싫었다.



어려서 잘 못 뛰던 아이는 당연하게도 커서도 잘 못 뛰었고 늙은 지금도 못 뛴다.

하지만 잘 걷는 미인 할머니 되기가 목표인 나는  뛰는 미인 할머니도 되고 싶다.


그런 이유로 작년부터 러닝 크루 몇 군데를 기웃거렸는데 적응이 쉽지 않았다.

첫째 일단 나는 인싸가 아님. 외향 에너지 부담스러움. 

둘째 달리기를 잘하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잘하고 싶지는 않은 애매한 마음가짐.


러닝 모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 만나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나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 또한 강했기 때문에 나는 상기의 두 가지 이유로 그들과 결이 다름을 느꼈다.

(내가 본 러닝크루 한정 그랬다는 얘기다. 일반화하면 안 되겠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의지마저 미적지근한 나는... 가끔 마라톤 참가까지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작년 6월에 신청받아서 올해 3월에나 개최된 2025 동아마라톤.


동아마라톤은 1931년부터 시작된 국제마라톤 대회로  춘천마라톤, JTBC 마라톤과 함께 국내 3대 메이저 마라톤 중 하나로 꼽힌다.


메이저라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넓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점만큼은 좋다.


아무튼 그 유명하다는 동아마라톤 당일

전날 전라북도 등산 투어로 피곤한 노구를 이끌고 잠실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출발 전 인증사진출발 전 인증사진


비 오고 바람 불어 추웠다.

젊은이들은 반바지에 반팔이었지만 나는 출발 전까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패딩에 핫팩까지 필요했다.



송파지하차도를 지나며 다같이 함성발사 신남송파지하차도를 지나며 다같이 함성발사 신남


명성답게 정확히 시간 맞춰 진행 잘됨.

나는 사전에 성적 제출을 안 해서 D 그룹 배정됨.

제출했어도 어차피 맨 마지막 그룹이었을 거라 괜찮음 ㅋㅋ




초반에 종아리가 너무 무거워서 완주 못할 것 같았는데 반환점까지만 가자고 마음먹고 뛰었다.

3km 지나고부터 온몸이 두들겨 맞은 걸 같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반환점도 못 갈 줄 알았는데 그 상태로 버티며 달리다 보니 아픔이 사라졌다.

이게 러너스 하이라는 것인가? 달리면서 기분이 한껏 상쾌해지는 게 러너스 하이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아픈 몸이 호르몬 덕에 덜 아파지는 것이었다.


중간에 비가 거세지기도 하고 노면 곳곳이 파이고 물웅덩이가 있어서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

아쉽지만 어제 등산도 했겠다 완주만 하기로 한다.


결승점 근처 영상을 보니 다리를 약간 절고 있었다.결승점 근처 영상을 보니 다리를 약간 절고 있었다.
1시간 17분 좀 넘어 완주했다.1시간 17분 좀 넘어 완주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몇 년 전만 해도 교통콘 치울 때 같이 들어올 정도의 느림보였는데  작년부터 1시간 15분-17분 사이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데 큰 기쁨을 느낀다.


첫 동마 출전, 기록은 후졌으나 사람은 후지지 않았다.

부상 없이 완주한 나 자신  멋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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