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임님 구두랑 넥타이 뭔가 봐야겠다.'
청담동의 한정식집 단독방.
대관 '접대' (이 단어를 아직 쓰길래 한참 놀랬다)
나왔던 신입사원인 나에게.
실제로 벗어놓은 구두 안쪽,
차고 있던 넥타이를 뒤집어 어떤 브랜드인지
확인하는 그 손길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아-'
보통 백화점 1층에 있는 중저가 브랜드 제품이었는데.
그 까뒤집음을 당한 후 5초간 정적이 흘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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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강남 가서 사람들 만나려면 명품 한두 개는 있어야 한다니까.
에이, 그런 게 어딨어. 그냥 알아서 입는 거지.
아냐 임마, 이거 벨트도 그래서 산 거라니까.
그냥 일반 섬유 소재 벨트였는데 수십만 원을 한다고 해서 놀랬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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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루이 무슨 똥?
저게 몇 백만 원이라고 하는 그기가!
아이고- 돈 쓸 데가 그래 없드나, 으이.
아직꺼정 하루에 한 끼도 못 먹는 애들이 수두룩하다 카던데 쯧쯧.
엄마, 저게 명품이라고 없어서 못 산대잖아.
아침에 문 열면 오픈런으로 사간데.
명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사람이 명품이어야지,
겉에 두른 게 명품이고 알맹이는 꽝이면 뭐하노.
다 꽝이다 말짱 꽝.
니들은 절-대 명품 밝히지 말그레이. 한나 소용없는 게 저거다 저거.
어려서부터 이런 정신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런지
명품이라기보다는 '사치품'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몇몇 학자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도 명품이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해외 유학 생활이 오래되면
보통 생활형 소비자로 변모하는 듯했다.
외식은 언감생심이요, 명절 때 삼삼오오 모여 만두나 떡국을 나누는 소박한 유학생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취업 후 이른바 돈벌이를 시작하면서 각자 어떤 길로 가느냐가 극명히 나온다는 점이다.
2026년에도 여전히 밍크코트는 걸쳐지고,
수백만 원짜리 옷도 길을 활보한다.
심지어 이른바 '명품 모조품'도
수십-수백만 원짜리가 있다고 하니
인생사 그래 정답이 있겠냐마는,
그냥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엄마의 그 말씀이 요즘 계속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