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바빠

Scene #1


여보세요-


어어, 웬일이니.

별일 없지?


네, 그냥 전화드렸어요.


아, 그래.


야야,

나 지금 자매님들하고 산에 왔어.

야-, 들꽃들 예쁘네.

엄마 바쁘다 바빠. 어, 일단 끊어~


(수화기 너머로)

'어, 미국 아들, 강의 준비로 바쁜가 봐 호호...'


(철커덕)



Scene #2


여보세요-.


어... 그래. 잘들 지내니...?


네, 잘 지내요. 엄마도 잘 지내시죠?


어, 그냥 그렇지 뭐.

지금 거기 몇 시냐? 어, 아침이구나. 여긴 밤이다.


얼마 전에 몸살 걸려서 죽다가 살아났다 얘.

이것들은 엄마가 살던지 죽던지,

관심들이 없어 관심들이, 에휴.


......


애들은 학교 잘 다니니?

걔네도 연락도 없고, 야, 니네가 잘해.


네...


그나저나 계속 미국에 살 거니?

뭐 좋다고 거기 사니?!

엄마도 못 보고 손주들도 못 보고

이게 뭐 사람 사는 건가 싶다.


상황 봐서 갈 수 있으면 가려고요.

이래저래 알아보고 있어요.


어휴.., 그래 알았다.

니네나 잘 지내. 끊는다.


(철커덕)



'우리 엄마는 목소리가 100개예요-'

라디오 사연 신청했던 초등학생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한테는 호랑이처럼 말하고,

전화 오면 '여보세용~' 하고 받거든요.

.

.


멀리 떨어져 살아 언제나 죄송한 마음.


'야, 엄마 산에 와서 바쁘다, 끊어라-' 경쾌한 바이브

vs.

'엄마가 살든지 죽든지 관심도 없지 너네는'

마음에 꽂히는 아픈 한 마디.



부디 씬#1 과 같은 날들이 더 많길 기도하며,

오늘도 카톡 보이스톡을 엽니다.



(딴따-단단 딴따-단단~)


여보세요-

네, 엄마 어디예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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