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하시던 엄마
하루 30-40개 수건을 빨아 너는 것은 평범한 루틴이었다.
지금처럼 자동건조기는 고사하고
따뜻한 물도 잘 나오지 않아 한겨울에도 찬물로만 빨곤 했다.
그래도 손빨래 후 짤순이로 돌리던 단계를 면하니 얼마나 좋던지.
어느 날엔가 우리 빨래가 너무 섞여 있었던 것일까
'야, 너네는 옷을 왜 한 번만 입고 세탁기에 넣니?'
그 쏘아붙이던 말.
옷은 두 번은 입고 빠는 거구나.
주눅 들은 채 수건을 집어 들었다.
색깔이 바랜 하늘색 수건
3단으로 개면 꼭 뜯어질 것만 같던 그 뻣뻣한 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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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옷을 벗어 놓는다.
속옷, 잠옷, 겉옷, 모두 한번 입고 세탁기로 향한다.
슛-골인.
세탁기에 빨래 넣는 것마저 장난으로 만드는 발랄한 아이들.
1년에 한 번 한국 방문
엄마집 화장실 문을 열면
20년도 넘은 빨래판과 말라서 쩍 갈라진 빨랫비누가 놓여있다.
나 혼자 사는데 뭐 손빨래가 편하지.
저게 재활용 친환경 비누라 때도 진짜 잘 빠진다 너
호텔형 샤워 꼭지를 자랑하던 신축아파트
세숫대야와 막비누 조합을 너희가 어찌 감당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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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밝은 아이들이 부러웠어. 옷에서 향긋한 세제 냄새나던 것도.'
몇 해 전 드라마의 한 캐릭터가 한 말.
그녀도 옷은 두 번 입고 빠는 걸로 배웠을까.
미용실 수건들과 우리 옷이 엉켜있던 걸 본 엄마는
그 둘을 떼어 놓고 싶으셨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