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중동에서 일하세요.

우리 아빠는 회사원이야, 한 달에 100만 원도 넘게 벌어.

야, 우리 아빠는 치과해. 이빨 썩어도 공짜야.


그래, 그래. 우리 아빠는 중동에서 일하셔.

멀리 돈 벌러 가셨거든.


지수야, 누가 물어보면 아빠는 중동에서 일한다고 해, 알았지?


그 당시 '중동으로 일하러 간 아빠'는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이미지가 좋았던 모양이다.

혹은 그 10글자 뒤로 무언의 통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에 가서도 그놈의 호구 조사는 계속되었다.

'야, 야, 아버지 직업란에 '건설업'이라고 쓰는 거 그만해라. 공사장에서 일하시면 떳떳하게 공사장이라고 써'

과학을 가르치던 담임 선생님의 그 말에 '공사장' 세 글자를 꾹꾹 눌러썼다.


내 키보다 커 보이는 콘크리트 하수구 원통들, 그 앞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아저씨들 사진.

뉴스나 신문에서만 보았지 실제 우리 아빠는 무얼 하고 계신지 도통 연락이 닿질 않았다.


'지수 아버지 뭐 하신다고 하셨지? 회사 다니신다고 하셨었나?'


'아, 중동에서 일하고 오셔서 이제 작은 사업 하세요.'


고등학교 거치며 이 질문에 답할 땐, 초등학교 때 불안했던 그 마음이 어느새 능구렁이가 되어 가슴 깊은 한 구석에서 옆구리쯤으로 유유히 흘러나가는 듯했다.


나도 나지만, 그렇게 말하라고 일러준 엄마의 마음속은 어떠했을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