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에브리 쿠키 오일

10년 집필한 책, 3시간 만에 출간 오퍼 받다.

미국에 온 지 5년쯤 된 어느 날.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한 백인 손님이 사장님께 물었다.


"Does this cookie have oils in it?"

(이 쿠키에 기름이 들어 있나요?)


사장 아주머니께서는 1초 생각하시더니, 명쾌하게 답하셨다.


"응? 예쓰. 에브리 쿠키 오일!"

.

.

장을 본 후 차에서 안전벨트 맬 때 이 대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근 20년 동안 영어를 공부해 왔건만,

쿠키가 단수니까 have 말고 has를 써야 하나-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그때 사장님은 정말로 심플하고 명쾌하게 답을 한 것이다.


혹자는, 아 잠깐만요, 여기 동사가 없잖아요- 이렇게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두 대화 상대자는 각자의 목적을 100% 달성하였고, 언어의 기능 (function)을 경제적으로 수행하였다.


언어는 의사소통 '도구'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온 이 말.


그러나 우리는 이 도구를

얼마나 남 보기에 안 틀리게 사용하려고

노력해 왔던가.


수능 영어영역 만점, 토익 고득점을 받아서

나는 내가 정말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험의 답을 맞히는 영어와 실전 의사소통

영어는 다르다는 걸 미국생활을 하며 절실히 깨달았다.


'에브리쿠키 오일'을 들은 그날 주차장에서부터

'미국 사람들이 평생 써먹는 인생영어' 책 집필이

시작되었다.


굳이 멋있게 말하지 않아도,

발음에 버터를 듬뿍 바르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심플하고 명쾌하게,

군더더기 없는 도구로서의 영어.

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10년 미국 삶의 기록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빡빡한 티칭 로드,

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 다이나믹 속에서

책을 쓰는 건 그야말로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아침에 눈 뜨면 한 문장 쓰고 하루를 시작하고,

일과 후 자기 전에 꼭 한 단어라도 쓰고 잤다.


이건 박사 논문 쓸 때 배운

'Keep your data warm

(데이터를 따뜻하게 유지하세요)' 전략에서

배운 걸 실천한 것이다.


드디어 101개 표현을 마무리 짓고,

모두 수작업으로 그렸던 일러스트도 마무리 지은 날.


출판사들에 출간의뢰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출간해 보신 분들은 아시듯이 - 리젝 레터를 받으면

그나마 감사한 일이고, 답 없는 출판사들이 수두룩했다.


그중 한 출판사에서 전해준 격려의 메시지.


"작가님 원고 내용도 좋고 필력도 좋아서 잘 봤습니다. 다만, 저희 출판사는 단행본은 당분간 계획이 없으니 단행본을 출간하는 출판사를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이렇게 감사할수가.


그 뒤로 '단행본' 출판사로 범위를 좁혀 의뢰서를 보냈다.


리젝 레터는 계속 됐다.

아, 이제 그만할까... 하는 마음이 계속 일어났지만,

16번 퇴짜를 맞았다는 JK 롤링의 말을 기억하며

계속 버텼다.


그 당시 emotional support를 주었던 건

JK 롤링과 마크 주커버그의 영상이었다.


'그냥 시작하세요' 이 말을 기억하며

의뢰서를 고치고, 다듬고, 전송했다.



3시 강의가 있던 어느 날

평소처럼 send 버튼을 누르고 강의에 다녀왔다.


집에 가려다 들른 연구실.


Inbox에 울리는 새 편지 도착 알림.


'원고 잘 받았습니다.

출간 진행하고 싶습니다.

연락 주세요.'



두 눈이 믿어지지 않았다.

전송 버튼을 누른 지 단 3시간 만에 받은 출간 오퍼.


벅찬 가슴을 누르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10년간 적어온 생각과 글들도

세상에 나올 첫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2화 부터는 - 책에서 배운 게 아닌 미국 일상속에서 배운 표현들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