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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by 이열

하늘을 날 수 있는 초능력을 염원했습니다.


구름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장난감 같은 건물과 개미만 한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싶었어요.


슈퍼맨과 우뢰매를 보며 어릴 적부터 키워온 꿈이었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날다가 금방 들킬 것 같거든요.


NASA에서 잡아가면 어떡하지? CIA는?


능력을 갖게 되더라도 괜한 걱정까지 따라붙을 것 같습니다. 다른 초능력으로 갈아타야겠어요.




저는 책을 보면서도 '내일 회의 자료에 도식 하나 추가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와 깔깔거리며 배드민턴을 치다가도 소설 글감을 고민하고요.


아마 회의 때는 점심 뭐 먹을까 생각하고, 글을 쓸 때는 '엔진 오일 갈 때 되지 않았나'라는 걱정이 들 겁니다.


나의 현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렇게 계속 미래에 도둑맞아야 하는 걸까요?


삶이 한 번 뿐이라면, 내세가 있다 해도 지금과는 다르다면, 혹은 영원회귀처럼 계속 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 해도, 순간순간을 향유해야 한다는 결론은 동일합니다.


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현재에 몰입하고 마주하는 대상과 교감할 수 있다면, 삶은 훨씬 다채롭고 아름다워지겠지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조르바는 니체가 말한 '초인'의 현신입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정신으로 세상을 탐닉하는 인물이죠.


지금 이 순간에 뭐 하고 있는지를 자문하며 거기에 몰입할 것을 다짐하다 보면, 언젠가 그와 같은 초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건 왠지 연습하다 보면 개발할 수 있는 능력 같네요.


현재를 지키는 능력. 이제부터 제가 갖고 싶은 초능력 1순위입니다.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사는 것일 테니까요.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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