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에너지가 풍부해질수록 그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들이 참 많다는 것 말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기운, 혹은 에너지라고 부르는 그 무형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다.
처음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살다 보면 정말로 어떤 레벨의 에너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기세라고도, 아우라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이 힘은 때로는 우리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비록 운이 등을 돌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형형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다시 올라설 수 있게 만드는 그런 힘 말이다.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그들에게는 어떤 고고한 분위기가 흐른다는 것이다. 그 형태는 다양해서, 어떤 이에게는 불멸의 타오름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심연의 고요함으로, 혹은 빛나는 유쾌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남다른 삶을 통해 오랜 시간 가꿔온 아우라다.
에너지는 건강한 터전에서만 크게 자란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되도록 몸과 마음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명상, 운동, 글쓰기 등의 루틴을 통해 나라는 밭을 고르고 거름을 주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노력이 단순히 내 한 몸 건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만나는 사람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나의 에너지를 앗아가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 내가 자발적으로 기를 나눌 때는 오히려 그것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해 봤다. 하지만 허락 없이 강탈해가는 존재들은 문제가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나르시시스트들이다. 나무위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특히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사람의 감정에는 전혀 공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또는 어떻게 남들의 감정을 공격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극한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보이며, 본인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긴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참을성 없이 억지를 부리고 쉽게 화를 내며, 잠깐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르시시스트들은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다. 내면의 깊은 공허함을 메우려 마치 블랙홀처럼 다른 이들의 에너지를 빨아먹고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만 제발 상사로만은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들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려 술에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바로 루틴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의 기세가 커질수록 그들이 가져가는 양은 별것 아니게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치 큰 강물에서는 작은 바가지로 물을 퍼가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것처럼, 내 안의 에너지가 풍부해질수록 그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언젠가는 뱀파이어들 따위에게 긍정의 말뚝을 선사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빛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