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로는 결국 바다로 향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딜레마
자립에 대한 열망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내 삶의 주체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다는 그 간절함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직장에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위계질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약자일 뿐이니까.
의지와 반하는 사건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일에서 점점 영혼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게 된다. 일과 자아가 분리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이 길 말고 다른 길이 있는 것 같은데'라며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월급과 인센티브라는 달콤한 금융 주사를 맞으면, 다시 안정이라는 이름의 마취 상태로 돌아간다. 웃프지만 현실적인 선택이다.
평생지기는 없다
그렇게라도 회사와 평생지기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문제는 내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았을 때 빠이빠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죽음처럼 확실하지만 가능한 외면하고 싶은 이벤트. 하지만 직장 생활의 수명은 대충 예상이 되기에, 이후를 계획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회사 안이 수족관이라면, 회사 밖은 망망대해가 아닐까?
지금 나는 수족관 속 돌고래다. 수조 안에서는 공연만 열심히 한다면 별 걱정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먹이가 나오고, 관객들의 박수갈채도 받는다. 다만 언젠가는 대체되고 버려진다는 숙명을 안고 있을 뿐.
바다에서는 다르다.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먹잇감을 직접 찾아야 하고, 천적도 피해야 한다. 그래도 자유롭게 헤엄칠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길은 바다로 향한다
어떤 삶이 더 나은지의 차원이 아니다. 모든 경로는 결국 바다로 향하기 때문이다. 수명은 늘었는데 사회 구조는 그대로인 게 문제의 근본이다.
바다에 데뷔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금세 배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능한 작더라도 옹골찬 상어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싶다.
귀여운 아기상어도 좋다. 개복치만 아니어도 좋겠다.
직장은 단순히 안정적인 소득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 해결을 연습할 수 있는 감사한 훈련장이기도 하다.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회사 밖을 나와서도 확실히 내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당당한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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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식은 회 먹으러 가자고 제안해 봐야겠다. 바다를 꿈꾸는 마음으로 말이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