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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답은 하나다. 늦었다고 생각이 들기 전에 행복해지는 것

by 이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긍정적이고 위로가 되는 말이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미 늦은 때인 것들도 있지 않을까?


실수나 잘못으로 틀어진 인간관계 중에는 복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멀어지고 나서 다시는 볼 수 없어 만회하지 못하는 경우들 말이다.


특히 가족은 '당연한 관계'라고 생각하기 쉬워서 더 그렇다.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서로 표현은 안 하고 탓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결속만 유지하면 오해를 풀고 다시 좋아질 수도 있지만, 자의든 아니든 영영 헤어지게 된다면 회복 불가능.


못되게 굴던 자녀가 갑작스러운 부모와의 사별에 사무치게 후회하는 경우, 아이와 충실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가 나중에 소원해진 관계에 자책하는 케이스들이 그렇다.


그래서 클리셰지만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거다. 관계에서 늦었다고 생각이 들면 정말 늦은 것이니까.


일전에 들은 강의에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법' 중 네 가지가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이게 바로 '있을 때 잘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어서 정리해 봤다.



1.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 두기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거다. 나를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전에 한창 재테크 책 많이 읽었을 때 '와이프는 왜 이렇게 보수적일까?' 하다가 와이프랑 싸우고, 자기계발 책 때는 '왜 이렇게 잠을 많이 잘까?' 하다가 또 싸웠었다.


앞뒤 없이 상대방이 바뀌기만을 바랐던 거다. 어리석었다.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신뢰를 쌓았어야, 맥락을 만들어 의견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이게 바로 '있을 때 잘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상대를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하는 것.



2. 정서 통장 쌓기 (공감)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감정을 헤아려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한 솔루션부터 제시하지 말고.


노력하는 T라서 와이프가 "나 속상해"라고 할 때 "어, 많이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하고 기계적인 리액션을 하곤 한다. 뭐, 이게 어디냐마는.


결혼 초반에는 "듣고 보니 네가 잘못했네."라고 했다가 결국 와이프가 집 문을 잠가서...


공감은 곧 관계의 저축이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쌓아가야 나중에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거다.



3. 장점만 보기


장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 아인슈타인도 아주 모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한다. (호오)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장점만 찾아 바라본다면 더할 나위 없는 관계가 될 것이다.


와이프는 종종 무섭게 째려보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기분 좋을 때는 웃긴 표정으로 엉덩이춤도 춰준다. 와이프가 화를 내더라도 나는 엉덩이춤을 떠올리며 말씀에 고분고분 따르는 거다.


만약 성을 내는 모습만 마음에 담아두고 따진다면?


이게 진짜 '있을 때 잘하는' 핵심인 것 같다. 좋은 순간을 기억하고, 그 기억으로 힘든 순간을 견디는 것.



4. 스킨십


마음은 물성으로 전해진다. 촉감을 최대한 활용해야 사랑이 오래간다.


퇴근한 와이프가 현관에 들어설 때 쪼르르 달려가서 고생했다고 꼭 안아주면 그날 저녁 메뉴가 풀때기에서 고기로 바뀌기도 한다. 청소랑 빨래도 미리 해놨다면 소고기가 될지도?!


작은 신체 접촉 하나가 하루 종일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녹여버린다. 이것도 '있을 때' 해야 할 일이다.



행복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네 가지 방법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는 것.


내가 먼저 변하는 것도, 공감하는 것도, 장점을 보는 것도, 스킨십하는 것도 모두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이다. 내일로 미뤄도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쉽게 가져가는 관계는 없는 것 같다. 가족 간이라도. 행복은 적극적으로 움직였을 때 발견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행하고, 돕고, 일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데서 온다."

-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답은 하나다. 늦었다고 생각이 들기 전에 행복해지는 것. 지금, 이 순간부터!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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