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매력을 키워가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상견례에서 양가의 공식적인 허락을 받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돌입했던 그때로부터.
주어진 기간은 딱 한 달.
장인어른께서 회사 정년을 코앞에 두고 계셨기에, 가능한 한 그 시기에 맞춰 결혼식을 올리기로 뜻을 모았다.
남들은 결혼 준비하며 많이 싸운다고들 하던데, 우리는 속전속결로 헤쳐나가느라 그럴 틈조차 없었다.
서로 가까운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근처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언덕 꼭대기 아파트의 전세금도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전세도 어려울 줄은 몰랐다.
하는 수 없이 서울을 벗어나 처음 발을 내디뎌보는 동네의 부동산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훨씬 낮은 가격으로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때 처음 현타가 왔다.
돈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헤어짐만 반복하다가, 자본주의에게 꿀밤 한 대를 맞은 기분.
사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결혼 당시 집값은 매우 싼 편이었다. 대출 한도를 꽉 채웠더라면 어찌 한 채 정도는 마련했을지도 모르겠다. LTV가 뭔지도 모를 때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만 그렇게 장만했더라도 조금 올랐을 때 서둘러 팔았다가 후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미숙했던 시절이니까.
돈은 나의 인생 항해를 돕는 배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젊을 때는 뗏목으로도 노를 저으며 그럭저럭 나아갈 수 있다. 혼자라면 말이다. 그러다 가족이 생기면 돛단배 정도는 있어야 한다. 모두의 꿈을 담아야 하는 만큼 크기도 더 커져야 하고, 노를 젓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동력이 필요하다.
물론 거대한 선체와 강력한 엔진을 가진 크루즈면 좋다. 하지만 크고 멋진 배를 마련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당분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한 척을 마련했다면, 목표는 신대륙으로 잡아야 한다.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며 지평을 넓혀간다면 ― 이를테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네트워킹을 확장하거나, 창의적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일 ― 나의 매력이 커지고 삶도 다채로워진다. 돈도 사람처럼 매력의 크기만큼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매력을 가꾸다가 돈이 수줍게 다가오면 친하게 지내시길.
돈과 멀어지지 말고, 그렇다고 돈에만 매달리지도 말자. 내 매력을 키워가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부의 항해법이 아닐까.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