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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들의 선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짜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삶의 이치라 믿으며

by 이열

고요한 공간을 사랑하는 나에게 딸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애견카페, 놀이공원, 아이스링크. 평소라면 피했을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묘한 활력을 느낀다. 아이 얼굴에 번지는 순수한 미소로 고즈넉함과는 다른 차원의 기쁨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회사에서 승진을 목표로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업무에 매진하며 위만 바라보던 그때,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되자 모든 노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좌절감이 컸지만, 오히려 덕분에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글쓰기와 부동산이라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분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 줄 한 줄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시장을 분석하며 얻는 직관력은 또 다른 종류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삶이 우리에게서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앗아가는 이유는, 더 넓은 세상과 다양한 가치들을 경험하게 하기 위함 아닐는지. 고요함만 추구했던 내게 활기를, 한 길만 고집했던 내게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 아마 아니겠지만 그냥 그렇게 믿자.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빈자리에 찾아온 새로운 선물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짜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삶의 이치라 믿으며.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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