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풍경 수집

서서히 분주해지는 거리에 내 몸도 맞춰지는 느낌. 일종의 예열 시간이다.

by 이열

아침 7시 반, 버스에 오른다. 창가 자리에 앉아 에어팟을 끼우면 세상이 한 박자 느려진다.


오디오북 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흐르는 동안, 창밖으론 아직 불 꺼진 가게들, 종종걸음치는 사람들, 부지런히 달리는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풍경이 출렁인다. 그 리듬이 좋다. 서서히 분주해지는 거리에 내 몸도 맞춰지는 느낌. 일종의 예열 시간이다.


지하철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내겐 너무 밋밋하다. 깜깜한 터널만 보다가 어느새 도착. 그사이 마음의 준비 같은 건 없다. 반면 버스는 세상이 깨어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셔터 올리는 가게, 기지개를 켜는 직장인, 조깅하는 사람. 작은 장면들 속에서 오늘도 힘내보자는 마음이 슬그머니 피어오른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들꽃 하나에서 천국을 본다"라고 했다. 거창한 말 같지만,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출근길 버스 창밖, 그 평범한 아침 풍경을 보며 하루를 버텨낼 힘을 얻는 것.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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