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SNS

부디 ‘좋아요’ 없이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by 이열

새로운 SNS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에, 처음엔 별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앱 광고에 적힌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다른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나, AI가 지원하는 SNS와 함께하세요.” 내가 올리는 평범한 일상도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뉴스가 금세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소소한 일상 글로 포스팅을 시작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찍은 사진과 함께, “새로 산 원두로 내린 커피, 향이 아주 좋네”라고 적었을 뿐인데, 좋아요와 댓글이 꽤 달렸다. “사진 너무 예뻐요!” “완전 감성 가득하네요!”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분명 내가 쓴 건 평범한 문장이었는데, 화면에는 “오늘은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로움을 즐기는 날.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로 바뀌어 있었고 사진도 달라졌다. 분명 내 커피 사진이 맞긴 한데, 매거진에 나올 법한 분위기로 탈바꿈해 있었다. AI가 호소력 있게 다듬어 주었던 것이다.


“... 과한가...?” 싶기도 했지만, SNS 속 ‘나’가 더 멋져 보이는 느낌이 싫지 않았고, 무엇보다 SNS 친구들의 공감과 반응이 좋았다. 앱은 빠르게 내 일상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하루는 감정이 울적해 “요즘 힘드네”라고 짧게 뱉었다. 그런데 게시물은 “오늘은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마주하고 성장의 포인트를 발견할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지는 거죠... 오늘도 파이팅!”이라는 문장으로 변했다. 우울한 내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공감과 응원을 꾀는 메시지로 바뀐 것이다. 어색했지만, 위로와 함께 힘이 된다는 댓글도 많이 달려, 우쭐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일주일쯤 지나고부터 적극적으로 마음속 감정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SNS의 나’는 현실의 나와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잔소리를 들었다며 투덜댔더니, 그 게시물은 세련된 자기계발 메시지로 변했다. '원래 그저 짜증을 냈을 뿐이지만, SNS에선 이렇게 고결한 모습이라니…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하겠지?' 나는 SNS에 점점 길들여졌다.


갈수록 팔로워 숫자는 빠르게 늘었고, 사람들은 나를 많이 좋아했다. 'SNS의 나'는 점점 완벽해져 갔다. 내 거친 말은 다정하게 변하고, 나의 실수는 따뜻한 교훈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진짜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에 더 이상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내가 썼지만 내가 쓰지 않은 글을 보며 마치 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SNS를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난 어느 날, 나는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세계에선 완벽하게 포장된 ‘나’가 모든 칭찬을 독차지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현실 속 내 얼굴엔 황량한 공허만이 남았다. 나 자신을 감추고 미화하는 게 과연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 결국 나는 나를 잃어버렸고, 남들의 시선에 맞추느라 본질을 잊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닌데 말이다.


그날, 나는 앱을 삭제했다. 완벽한 이미지, 내가 쌓아온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놓아버리긴 아쉬웠지만, SNS를 놓은 순간 느껴진 안도감은 생각보다 컸다. 허술하고 어설프더라도 이제 내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기로 했다. 부디 ‘좋아요’ 없이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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