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는 순간이 곧 행복의 끝이자 불행의 시작이다
아내의 말에는 항상 “응”, "네네”, “그럼요”라고 대답한다. 오랜 결혼 생활이 가르쳐준 지혜다. 토를 다는 순간 시작되는 논쟁보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편이 훨씬 평화롭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고 있을 때, 혹은 책을 읽느라 정신이 팔렸을 때, 아내의 목소리가 배경음악처럼 흘러가 버리는 순간들. 그럴 때도 입은 자동으로 움직인다. "응, 그렇구나. 알았어."
알았다고 해놓고 기억하지 못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경청하지 않는 사람,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아내의 진노는 덤이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라는 말씀 앞에서 "못 들었는데요"라고 변명할 수도 없다. 내가 "알겠다"라고 대답했으니까.
결국 습관을 하나 더 늘려야 한다. 늘 귀를 기울이는 것. 방심하는 순간이 곧 행복의 끝이자 불행의 시작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건 결혼 생활의 생존 기술이기도 하다.
"행복의 진정한 비밀은 일상의 모든 세부에 진심으로 관심을 두는 데 있다." ― 윌리엄 모리스 ―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그 '일상의 세부'다. 진심으로 듣는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강력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귀를 쫑긋 세우고 살자. 행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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